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 부양을 통한 ‘억지 성장’에 집착하는 대신, 수요자 중심의 서민형 부동산 정책이 기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엉뚱한 쪽으로 튀고 있다. 서울 집값이 들썩이고, 아파트 재건축ㆍ분양시장도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멈칫했던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매월 0.03%, 0.04%, 0.10%, 0.14%로 상승폭이 커졌다. 강남 등에서 불과 2주 만에 매매가가 5,000만~1억원이나 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에선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집값 급등세를 이끌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최근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강남구의 한 아파트는 전용 84㎡의 시세가 월초에 비해 5,000만원 넘게 올랐다. 재건축 설계안이 통과된 송파구의 같은 면적 아파트는 1억원 넘게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를 타고 최근 서울 영등포구 한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6대 1까지 치솟는 등 분양시장이 춤추고, 비수기임에도 강남 외 지역 집값마저 함께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집값의 급등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된다. 강남 재건축 단지 과열 양상은 서울시 재건축 심의의 잇단 순항, 올해 말까지 유예된 초과이익환수제의 유예 연장 기대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경기회복을 위해 미증유의 재정정책을 공언하는 마당에 부동산 규제책을 강화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낙관 등도 막연한 기대감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 배경은 저금리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막대한 유동성이 다시 한 번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흐름이다.
워낙 성장세가 불확실하니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것도 반갑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부동산을 통한 성장이야말로 전혀 비생산적인 데다, 서민 주거 여건만 악화시키므로 절대 환영할 일이 아니다. 마침 문 대통령이 최근 첫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가계부채 감축 방안을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에 맞춰 조만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구체적 가계대출 요건 강화 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을 잡으려면 그걸로 부족하다. 박근혜 정부의 공급자 중심 주택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분명한 정책 시그널이 나와야 한다. 집값은 순식간에 서민들을 좌절시킬 만큼 치솟기 십상이고, 한 번 오른 집값은 내려가기 어렵다. 정부의 신속한 행동을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