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김태오 지주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키로 하면서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친 회장’파와 ‘반 회장’파가 대충돌하는 가운데 대구은행 1, 2노조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는 등 폭발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15일 오후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DGB금융그룹 이사회가 추천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에 대한 행장 추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은행 이사회가 김 회장을 행장으로 수용할 경우 김 회장은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DGB금융그룹 회장과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 금융권에서는 은행 이사회가 자추위 결정을 순순히 수용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동안 회장은 외부 출신이 맡더라도 행장은 내부출신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던 터라 그룹 결정을 비토할 가능성조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친 회장파와 반 회장파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 취임 후 그 동안 줄곧 “은행장 겸직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해 왔다. 이 같은 자신과의 약속을 어겨가며 행장겸직을 밀어붙였는데 순순히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역 경제계에선 김 회장 측이 ‘주주제안권’을 발동, 임시주주총회 때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안건을 상정할 가능서도 점치고 있다. 주주제안권은 이사회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경영에 적극 반영하기 위한 장치이다.
노조도 미묘하지만 입장이 갈려 있다. 대구은행 노조 다수인 전국산업금융노조 대구은행지부는 14일 오후 ‘자주취, 김태오 회장 및 은행 임추위에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김 회장과 은행 사회이사, 지주 사외이사 모두 약속위반과 부적합 후보 추천 등을 이유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등 비판의 공세를 높였다. 하지만 지주 이사회가 ‘적임자 없음’을 결정하고 김 회장의 겸직을 결정하게 된 데에는 은행 이사회가 부적합한 후보를 추천했기 때문이라는 데 방점이 찍힌다.
반대로 지난해 말 대구은행 1~3급 간부진으로 구성된 전국금융산업노조연맹 대구은행노조는 성명서 등을 통해 김 회장 겸직 반대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김 회장 반대 측은 김 회장이 겸직하게 되면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2월(은행장)과 2021년 3월(회장)까지 은행장 5년 이상, 회장 8년 이상 임원경력 조건을 갖춘 내부 인사가 없어 김 회장의 장기집권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 회장 임기와 겸직 은행장을 끝으로 물러나는 게 아니라 그때 가서도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연임할 게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은행장 후보 추전 과정에는 행장 후보 임원 경력을 5년 이상에서 3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 이사회는 2명을 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 후보 위원회, 자추위)에 추천했고, 자추위는 지난 8일 회의를 열었으나 적임자가 없다며 결정을 보류했다. 이어 지난 11일 김 회장의 겸직을 결정하면서 반발을 초래했다.
이에 대해 지역 경제계는 “대구ㆍ경북 경제의 핵심인 대구은행이 열 달째 수장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대구은행이 흔들이면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만큼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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