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 가고 있지만 새로운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현재 메르스 사태는 어떤 국면에 있으며, 보건 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또 언제쯤 이 사태가 진정될 수 있을지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이들은 돌발 변수만 없다면 이달 말 진정 국면에 들어가고,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사태 진정을 위해 보건당국이 지금보다 더욱 철저한 역학조사와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육체적인 피로에다 사회적인 낙인으로 힘들어 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병원 환자 발생 거의 끝나… 감염 이송요원이 가장 큰 변수"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메르스 환자 발생은 거의 끝났다고 본다.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병원 이송요원(137번 환자ㆍ55)이 가장 큰 변수다. 이 환자 잠복기가 끝나는 24일까지 감염자가 얼마나 더 생기는지가 사태 확산과 진정의 기로다. 그가 병원 안에서 접촉한 사람들은 어느 정도 통제가 되고 있어, 병원 밖 일상생활을 한 구역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지역사회 감염은 아직 속단하기에 이르다. 현재 메르스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 모두 병원 근처에서 생기고 있다. 병원을 다녀간 환자나 보호자, 의료진이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사람이 몇 명 있지만, 이 역시 병원 울타리 안에서 감염된 것이다. 지역사회 감염은 병원에 가거나 주변에 메르스에 걸린 사람이 없는데도 어디서 감염됐는지도 모르게 감염된 것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들이 창원SK병원, 부산강안병원, 서울 메디힐병원 등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현재까지는 이 병원에서 새로운 확진 환자는 나오지 않았다. 전북 순창군과 충북 옥천군의 환자 역시 지역 사회 사람들과 많이 접촉했음에도 추가 환자가 없다.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메르스는 병원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맹위를 떨치지만, 병원 밖의 지역 사회에서는 감염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감염 차수가 많아질수록 감염력도 낮아지는 것 같다.
보건당국은 진료현장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는 방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메르스 치료 병원의 의료진들은 피로도가 굉장히 심하지만, 그 외 병원 의사들은 환자들이 오지 않아 일이 별로 없다. 보건당국이 이런 의사들을 자원봉사자 혹은 급여를 주는 인력으로 받아 메르스 치료 병원에 투입해야 한다. 메르스 사태의 불을 끄느라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의료진을 살려줘야 한다.
"의료진들 피로도 한계 상황, 보상 등 사기 진작책 논의를"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정부는 이달 30일 전에 메르스 확산을 끝내겠다고 장담하지만 아직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된 2차 유행은 수그러들고 있지만 산발적으로 환자가 나타나고, 3차 유행이 우려되는 시기다. 2차 유행과 비슷한 슈퍼 전파자가 생기면 다시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고, 지역감염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까지 감염 경로 추적이 완벽히 되지 않았고, 접촉자들에 대한 격리도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가족 간 감염 형태의 지역 감염이 1,2건 정도 있었다.
정부는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 접촉자가 격리 대상에서 빠지거나, 격리 대상자가 바깥에 돌아다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철저한 역학조사로 환자가 방문한 모든 장소와 접촉한 대상을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 보건당국이 사태초기 방역 컨트롤타워를 잘 구성하고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차단막을 쳤다면 지금처럼 4차 감염자가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역사회 내 공기 전파가 없지만, 동일 공간 내에서는 공기전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병원은 메르스 환자에 대한 시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기에 의해 전파될 수 있는데, 우리는 사태 초기에 그 부분을 간과해 문제를 이렇게 키웠다. 이제라도 4차 감염자에서 다시 슈퍼감염자 나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 의료진의 잇단 감염사고로 현장의 사기도 떨어지고 피로도는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 자녀들까지 부모가 메르스를 치료한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고 학교에 오지 말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다. 누가 사선에서 일하고 싶겠는가. 정부는 외국인에 보상 대책 등을 내놓지만, 정작 최일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에 대한 보상은 없다. 이런 부분도 논의돼야 한다.
"통제권 내 환자 나올 수 있지만 지역사회 감염은 없을 것"
▦최준용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과장
지금은 환자들의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접촉자들을 통제권 안에 두고 기다리는 시기다. 통제권 안에서 어느 정도 추가 환자 발생은 있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137번 환자)의 잠복기가 끝나는 24일까지 지켜봐야 하는데, 그 사이 새로운 진원지만 생기지 않는다면 진정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내에서 새로운 경로로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새로운 변수가 된다. 하지만 병원과 당국이 강하게 관리하고 있어 환자가 발생해도 더 퍼져나가진 않을 것이다.
소규모의 지역 사회 발생이나 가족 간 발생은 있을 거라고 본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가족 간 전파는 있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하게 퍼지는 지역사회 감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아직까지는 역학적으로 연관성 있는 사람 간 전파만 있었고, 침이나 가래 등 비말로 전파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이달 말에는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 잠복기 동안 환자나 의심자가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들이 진료를 받는 ‘메르스 치료병원’, 격리자 등 감염 의심자가 치료 받는 ‘노출자 진료병원’, 일반환자들이 가는 ‘안심병원’으로 병원을 구분 지었다. 보건소에서 각각 환자의 상태에 맞게 병원을 연결시켜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병원 연결이 제대로 안 돼 의심 환자가 일반 병원으로 가기도 한다. 의료진은 준비 없이 의심환자를 맞아 감염 위험이 커지게 된다. 정부에서 환자나 의심자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의료 시스템을 잘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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