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도 반한정서ㆍ한미일 협력 부담
사드로 팽팽한 신경전 벌였지만
한중관계 발전에는 한목소리
공개 발언서는 사드 언급 자제
“서로 대화 필요성 공감한 것”
관계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듯
지난 7월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5일 회담은 사드 이견을 확인하면서도 갈등 관리를 위한 소통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사드 배치 갈등으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양국 간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사드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의 사드 이견은 이미 예고된 대목이었다. 앞서 시 주석은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드 배치가 북핵 대응이란 우리 입장과 달리, 중국으로선 미중간 전략적 파워 게임의 일환으로 보고 있음을 재차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인식 차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코 앞에 다가왔을 때도 한중 정상회담 성사조차 불투명했다.
하지만 이날 두 정상의 만남이 이뤄진 것은 양국 모두 사드 이견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한중 경제 교류에 무게를 두는 우리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한국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것은 동북아 정세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실제 이날 양국 정상의 회동에서 이 같은 한중 관계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양국 정상은 사드 문제를 두고서는 서로 면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나, 그 못지 않게 한중 관계 발전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회담 처음 모두 발언 부분에서 시 주석은 “중한관계가 올바른 궤도에서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추진하자”고 강조했고, 박 대통령도 “저와 우리 정부는 한중 관계를 중시하면서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공개 발언에선 사드 언급을 자제하며 충돌하는 모습을 피했다.
이처럼 밀고 당기는 한중 관계의 딜레마를 시 주석은 구동존이(求同存異ㆍ다른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로 표현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중국 입장에선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철회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그럼에도 한중 관계는 증진시키겠다는 뜻으로,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와 한중 관계를 분리해서 다루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구동화이(求同化異), 즉 ‘이견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넓히자’며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의 절박성과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여러 논점으로 시 주석을 설득하려 했다.
양국 간 사드 이견으로 한중 관계가 당장 순탄대로를 밟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드로 인한 잡음과 신경전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확인되듯 그 같은 갈등이 한중 관계의 근본적 악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중의 경제ㆍ문화ㆍ사회적 교류는 이미 거스를 수 없을 만큼 양국 모두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이 “한중 관계 발전이 역사적 대세다.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 한번으로 사드 이견을 해소할 것이라고 애초 기대했던 게 아니다”며 “서로가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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