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의 여파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평창 올림픽이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강원도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평창 올림픽이 국민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나있다며 올림픽 붐 조성에 나서고 있다. 손님 맞이에 한창인 가운데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분야가 있다. 바로 보신탕 문제다.
강원도는 당초 ‘외국인 반정서 음식점 간판 및 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평창군과 강릉시 일대의 보신탕 집 총 18곳의 간판과 시설을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보신탕 문화를 반대하면서 올림픽 보이콧 운동을 하는 것을 고려해 간판을 정비해 논쟁 소지를 차단한다는 것이 골자다.
추진계획에는 식당 한 곳당 1,000만원을 지원해 보신탕 문구가 없는 다른 간판을 부착하고 운영을 하든지, 간판을 떼고 운영을 하되 대회가 끝나면 기존 간판을 다시 부착하는 안이 담겨 있었다.
강원도의 사업계획을 보자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해외 여론을 의식해 1983년부터 도로변과 도심에서의 보신탕 영업을 금지했다. 당시 관련 기사를 검색하자 보신탕 집들은 간판을 내리고 변두리나 농촌지역으로 옮겨가 영업을 했고, 한 보신탕 집은 “그저 계속합니다”라는 간판을 내걸어 손님을 모았다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사실 올림픽 이후로도 주요 국제 행사를 앞두고 보신탕에 대한 해외의 항의는 이어져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은 개고기 문제를 거론하며 비난한 바 있다. 이번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영국에서는 ‘한국 개고기 거래 금지 촉구’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평창올림픽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하려고 요청했으나, IOC가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문제 삼아 적합하지 않다고 밝혀 무산되기도 했다.
강원도가 제시한 간판과 시설개선 정비안을 보니 갑자기 의문점이 생겼다. 평창을 찾는 외국인들이 한글로 된 보신탕 간판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간판에 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도 아니고, 영어로 도그 수프(dog soup)라고 써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간판을 정비하는 데 예산을 들여야 하나 싶었다. 또 외국인이 간판을 알아볼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18곳의 간판을 바꾸거나 간판을 내리고 영업을 하는 조치로 해외의 개고기에 대한 비난여론을 무마시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이번 정비안에 대해 동물단체 카라 등은 “정부의 간판 및 시설개선 정비안은 요식행위”라고 지적하고 있고, 보신탕 식당 운영자들은 “생계를 위협 받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마련한 정비안을 폐기하고 이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 하기로 했다고 했다.
30년이 지났지만 국제 행사를 앞두고 개고기 문제가 데자뷰 현상을 보이는 것은 정부가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미봉책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이 개고기 상인들의 업종전환 유도 등 보다 현실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에도 임시방편에 그친다면 다음 국제 행사 때에도 똑같은 논란이 되풀이 될 것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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