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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쓴 편지] 버섯 닮은 관대(冠帶)걸이

입력
2014.12.2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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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대걸이’라 불리는 버섯 모양의 이 비석은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벗어 걸어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노년에 이르러 온 몸에 피부병이 걸리자 불심의 힘으로 치료를 하기 위해 오대산으로 향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향하던 임금은 깨끗한 계곡물을 만나자 지나던 동자승에게 등을 밀게 했고 “너는 임금의 옥체를 본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경고하자 동자승은 오히려 “어디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말하지 말라”고 답한 후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씻은 듯 병이 사라진 세조가 화공을 불러 동자승을 그려보니 그가 바로 문수보살의 현신이었고 감격한 왕은 불상을 만들어 ‘문수동자상’이라 이름 지었다. 권력을 잡기 위해 많은 피를 본 세조가 말년에야 업보를 씻으려 불가에 귀의한 마음이 관대걸이의 전설로 이어진 것 같다.

평창=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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