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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고 상충되고…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 뒤죽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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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고 상충되고… 쏟아지는 부동산 정책 뒤죽박죽

입력
2015.02.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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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때 은행 손실 보전, 수익공유형 모기지 혈세 낭비 지적

8년 이상 거주 가능 기업형 임대주택, 첫 임대료 규제 풀어 '월세 폭탄' 우려

"서승환 장관의 소신 없는 철학이 오락가락 정책 부추긴다" 비판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및 주거안정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지만 성과에 대한 기대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만 증폭되고 있다. 설익거나, 상충되거나, 현실과 괴리된 정책들이 뒤엉키면서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학자 출신 서승환(사진) 장관의 불분명하고 소신 없는 시장 철학이 이런 오락가락 정책을 부추긴다고 비판한다. 조만간 이뤄질 개각에서 서 장관이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끊이질 않는 것도 이런 정책 실패 탓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달 국토부가 도입을 발표한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 상품을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1%대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인데, 논란거리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집값 하락 시 은행의 손실 중 일부를 정책기관(대한주택보증)이 보전하도록 하면서 결국 혈세로 집값을 떠받치려 한다는 비판이 대표적. 여기에 초기 7년간 연 1%를 살짝 웃도는 수준의, 그야말로 초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가계부채만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7년이 지나면 대출금리가 시중금리로 전환되는 데다, 집값 상승에 대한 은행 몫을 대출로 전환해야 할 공산이 크다. “초기 7년간 저금리 마약에 취하게 하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상품 발표 이전에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4일 “수익공유형 은행 모기지 상품의 출시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8년 이상 한 집에 살수 있도록 해 중산층의 주거안정에 도움을 주겠다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육성 방안’은 정작 최초 임대료 규제까지 풀어버려 주거안정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등 사업자들이 수익성을 고려해 최초 임대료를 높게 정할 경우, ‘월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심 내 국공유 토지 제공 및 융자한도 상향 등 건설사에 파격적인 택지ㆍ세제지원을 한 부분은 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비판 없이 수용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수익공유형 민간 모기지와 수요층이 겹치는 부분도 논란거리다. 서울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중산층 수요자들이 집을 사라는 것인지, 임대주택에 들어가라는 것인지 헷갈려 하는 게 사실”이라며 “국토부 스스로 모순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주거안정의 핵심인 전세난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정부는 지난해 ‘10ㆍ30 대책’을 통해 취업준비생 등에 월세를 최대 72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시 전세 대책에 대한 요구가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월세 전환은 구조적인 흐름”이라는 답으로 일관했다. 이와 함께 그보다 한달 전에 내놓은 ‘9ㆍ1 대책’을 통해선 재건축 연한 상한을 30년으로 완화하는 등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활성화를 꾀했지만, 혜택이 강남 등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데다 건물수명이 늘어나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서 장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분명한 철학도 도마 위에 오른다. 서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전세가격이 올랐지만 월세는 마이너스를 기록해 이 둘을 조합하면 임차인들의 웰페어(복지)가 생각만큼 악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서 장관은 2012년 학자 시절 내놓은 보고서에서 “부동산대출 관련 정책은 부동산 정책과 유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장관 취임 후에는 대출규제 완화나 금리 인하에 앞장 서는 모습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정부는 전세난을 매매활성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며 “건설업계가 아닌 주거난을 겪는 중산층 서민의 시각에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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