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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대선 막판 변수로 뜨는 ‘멜랑숑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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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대선 막판 변수로 뜨는 ‘멜랑숑 표’

입력
2017.04.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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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 반대하는 66세 극좌파

한 달 새 지지율 19.5%로 급등

1위 마크롱에 불과 3.5%P 차이

지지자 42% “1차 탈락 땐 기권”

反EU 등 공약 극우 르펜과 통해

결선 투표 캐스팅보트 가능성

장뤽 멜랑숑 좌파당 대선후보가 17일 프랑스 파리 우르크 운하 위 유람선을 탄 채 강둑에 선 유권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장뤽 멜랑숑 좌파당 대선후보가 17일 프랑스 파리 우르크 운하 위 유람선을 탄 채 강둑에 선 유권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스타일 인민복을 즐겨 입는 군소정당 출신의 나이 든 정치인이 프랑스 대선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17일(현지시간) 거대한 유세장 대신 유람선을 타고 센 강을 따라 움직이며 파리 유권자들을 만난 그는 금융인을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기생충’, 자유무역을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절대악’이라고 질타했다. 기성 정치권에 불만을 품은 지지자들은 쌀쌀한 4월 프랑스 날씨에도 찬바람 부는 강둑에 선 채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리를 지켰다.

돌풍의 주인공은 좌파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연대전선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대선후보 장뤽 멜랑숑(66)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지지율 10%를 오가는 군소후보그룹의 선두에 불과했던 그가 이제는 프랑스 진보진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을 넘어 대선 최종 결과 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기세다. 그가 23일 1차 대선투표에서 떨어져 결선(5월 7일)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차라리 기권하겠다는 ‘기권자 군단’이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관련 입장이 같은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를 차라리 지지하겠다는 목소리도 높다. 멜랑숑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야말로 프랑스 최종 대선 결과를 좌지우지할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프랑스대중여론연구소(IFOP)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멜랑숑은 19.5%의 지지율로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와 동률인 3위를 기록했다. 선두인 ‘앙 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과는 불과 3.5%포인트 차이. 진보진영 대표 후보를 놓고 경쟁하던 브누아 아몽 사회당 후보는 지지율이 7.5%까지 떨어졌다. ‘프랑스판(版) 버니 샌더스’ 경쟁의 최종 승자로 멜랑숑이 낙점됐다는 의미다. 멜랑숑은 3월 21일과 4월 4일 두 차례에 걸친 TV토론에서 타협하지 않는 진보정책을 설파하며 유권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멜랑숑 돌풍은 자신의 당선을 위해선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대선은 이미 ‘마크롱 대 르펜’의 양강구도로 짜인 상황이다. 마크롱과 르펜은 이미 결선 진출을 상정하고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멜랑숑 돌풍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중도 성향 마크롱이 아니라 ‘극좌’ 멜랑숑의 정반대인 ‘극우’로 분류되는 르펜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멜랑숑과 르펜은 비주류 정치세력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특히 유럽연합(EU)에 대한 입장이 유사하다. 두 후보는 EU 역내 노동력의 자유이동이 저임금ㆍ고실업의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또 멜랑숑은 르펜처럼 직접적으로 EU 탈퇴를 거론하지는 않지만 재협상을 시사하고 있으며 미국을 불신하고 러시아에 우호적이다. 반면 중도를 표방한 마크롱은 은행가 출신으로 프랑스 주류 좌파 사회당을 떠나 더 ‘우클릭’한 후보이기 때문에 멜랑숑의 진보 정책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공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멜랑숑을 지지하는 유권자 가운데는 결선에 멜랑숑이 진출하지 못할 경우 기권이나 더 나아가서 르펜을 지지하겠다는 경우가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멜랑숑의 지지자 중 42%가 멜랑숑이 탈락하면 결선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IFOP 분석가 제롬 푸케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유럽에 “르펜의 부친 장마리 르펜이 대선 결선에 진출했을 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켰던 ‘공화국 전선’이 마크롱에게는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각종 현안을 놓고 멜랑숑과 르펜 간 이견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멜랑숑의 강점은 노동ㆍ환경부문의 진보적 사회정책인데 르펜은 이 분야에서 현상유지를 선호한다. 또 중동ㆍ아프리카 이민자에 대한 입장도 멜랑숑이 훨씬 온정적이다. 멜랑숑은 반무슬림주의를 조장하는 르펜을 겨냥해 “나눌 수 없는 프랑스를 둘로 나누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결국 멜랑숑을 지지하는 좌파진영의 표심을 르펜과 마크롱 중 어느 쪽이 더 많이 끌고 오느냐가 프랑스 대권의 최종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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