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소에 4만5000여명… 일본 정부, 73개 의료팀 투입 신속 대응
두 차례 강진 이후 대피소가 마련된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스나토리(砂取)초등학교. 17일 오전 아침식사로 4인 가족 당 한 그릇의 죽이 제공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민들은 어떠한 소란이나 항의도 없이 배급을 마쳤다. 아들 부부, 손주 5명과 죽을 나눠 먹던 여성은 “상황이 어려운데 이 정도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구마모토현에는 500여개 대피소가 마련돼 이재민 4만4,400여명이 수용됐다. 공식 대피소가 아닌 구마모토현 청사에도 수백명의 주민들이 식수를 구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대피소로 지정되지 않아 식량을 지급받을 수 없는 처지에도 이재민들은 서로를 도우며 위기를 버텨내고 있다. 17일 오전 5시쯤 청사에서는 식량이 떨어진 한 할아버지가 “먹을 것이 떨어졌습니다”라며 힘들어하자 2명의 중년 여성이 앞다퉈 음식을 나눴다. 할아버지는 연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뒤에야 음식으로 눈길을 돌렸다.
현장에 위로를 더하는 자원봉사와 구호 손길도 이어졌다. 이재민들이 피신한 구마모토상업고등학교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여 생활용수를 나르기도 했다. 이에 5년 전 도호쿠대지진 당시 구마모토현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이겨낸 후쿠시마(福島)·미야기(宮城)현 주민들은 발빠르게 물과 음료수 1만여리터 등을 구호품으로 모아 재해 지역을 지원했다.
주민들뿐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체계적인 위기대응 능력도 빛을 발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6일 지진 후 전국에 대기 중이던 73개 재해파견의료팀(DMAT)을 구마모토현에 투입했다. DMAT는 한 지역이 자체 감당하기 힘든 재해 발생 시 48시간 내 타 지역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을 파견할 수 있도록 구성한 구급의료 조직으로, 5만여명 사상자를 낳은 1995년 한신(阪神)대지진에 대한 반성으로 2005년 발족했다.
피해지역 인근 원전은 위험상태를 가까스로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NHK에 따르면 구마모토현 근처 가고시마(鹿兒島)현 센다이(川內)원전의 경우 1차 지진 시 10초 정도의 흔들림이 감지됐으나 17일 현재 사가(佐賀)현 겐카이(玄海)원전과 함께 안전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