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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회담이 미북회담의 길잡이가 되려면

입력
2018.04.27 14:2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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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27일에 열렸다.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희망에서 개최됐다. 이런 희망에 고무된 나머지 정부는 회담이 미북정상회담의 길잡이가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남북한 모두 과거의 전철을 또 다시 밟을 것이 자명하다.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염원하던 평화 정착의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남북한 모두가 회담에 대해 목적의식이나 철학과 사상, 비전 등이 없기 때문이다. 의식 없는 외교는 논리가 부족하여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남북회담이 미북회담의 길잡이로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

정부는 김정은의 판문점 ‘평화의 집’ 방문을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에 비유하면서 유사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닉슨과 남북한 지도자 사이에 내재적 문제의식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

닉슨은 1972년 미수교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처음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1973년에는 미 대통령으로 모스크바를 처음 방문했다. 그의 중국과 소련 방문은 단순히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되기 위함이 아니었다. 우리 지도자와 마찬가지로 평화에 대한 염원이 같았다.

그러나 확연히 다른 점은 닉슨은 확실한 목적의식과 철학, 사상과 비전을 가지고 외교에 임했다. 이런 그의 치밀한 준비 때문에 그는 방문의 필요성을 미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었다.

여기서 우리는 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 왜 그렇게 조급했는지 의문이 든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이유는 이제 진부하다. 현 정부의 목적의식과 철학, 사상과 비전 설명을 듣고 싶다. 그래야 우리 국민도 납득할 것이고 미북회담의 길잡이 노릇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의식이 없는 외교는 논리와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후속조치도 진척을 볼 수 없다.

닉슨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다. 소련에 대해서는 군축을 통한 세계의 평화와 데탕트의 강화였다. 중국에게는 관계개선을 통한 베트남전쟁에서의 ‘명예로운 퇴진’의 실현이었다. 그는 중국 관계 개선의 당위를 중국의 대국 지위에서 찾았다.

닉슨의 외교 철학은 중국과 데탕트를 구현함으로써 이미 데탕트 관계를 가진 소련과 함께 세계 평화 구현에 미중 양국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그의 외교사상은 그래서 실용주의로 귀결됐다. 더 이상 이념이 아니었다. 그의 외교 비전은 미국의 영향력 범위 내에서 지역 국가들의 역내문제의 독자적 해결을 허용하는 체제의 구축이었다. 그래서 그의 소련과 중국 외교가 협상과 교류 중심으로 개진이 가능했다.

오늘날까지 남북한이 체결한 공동성명은 6개다.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합의한 문서도 3개다. 북한이 염원하던 미국과의 회담 결과 채택한 합의문도 3개다. 북한과의 합의문이 기대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이런 고민 없이 우리는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몰되어왔다. 그 결과 남북회담의 후속조치는 진전이 없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때 남북회담이 각각 80차례와 171회 개최됐다. 그러나 한반도의 봄은 정녕 오지 않았다. 북한의 합의 내용 위반은 물론 무력 도발도 끊이지 않았다. 결과는 핵보유국 선언의 성공이었다. 그럼에도 남북정상회담에 매진했던 우리 세 정부는 인도주의와 문화 분야에서의 간헐적인 성과에 자아도취 되었을 뿐 아니라 이에 우리 국민을 한반도의 봄으로 현혹하려 했다.

이들의 안일함은 대통령 취임사에서부터 입증된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한반도 통일을 소임의식으로 피력 안 한 대통령은 세 명이다. 이들은 북한과의 회담 자리에서 통일을 위한 협력을 대신 약속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미북회담의 길잡이가 되려면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 이전까지 문제의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처럼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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