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안전지대 없다" 몸서리… "열 있다" 생후 8일 아기 검사까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안전지대 없다" 몸서리… "열 있다" 생후 8일 아기 검사까지

입력
2015.06.16 19:44
0 0

대구 공무원 삼성병원 방문 숨기고 회식에 목욕탕까지… 격리자 속출

천안 교사 자가격리 대상 모른채 5일간 정상출근, 학교 휴업 사태

16일 대구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된 A(52)씨가 입원한 대구의료원 응급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대구=연합뉴스
16일 대구에서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된 A(52)씨가 입원한 대구의료원 응급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대구=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공포가 전국에 휘몰아치고 있다. 16일에는 삼성서울병원을 들른 것을 숨겨왔던 대구의 공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메르스 청정지역이었던 대구가 충격에 빠져들었다. 불안감이 커지자 경남 창원에선 갓난아이까지 메르스 검사를 받겠다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수도권에 집중됐던 메르스 감염이 지역으로 확산되며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전파를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구

대구는 16일 처음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해 혼란에 휩싸였다. 확진 판정을 받은 154번 환자 A(52)씨는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주력해야 할 대민부서 공무원인데도 불구, 오히려 확산의 빌미를 제공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7,28일 허리가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삼성병원과 현대아산병원을 찾았다. 당시 함께 병원을 찾았던 A씨의 둘째 누나(110번 환자)는 이달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도 A씨는 삼성서울병원 방문 사실을 함구했고, 12일까지 정상 출근했다. 결국 직장 동료인 대구 남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 13명 모두 자가격리 조치됐다.

A씨는 또 이 기간 중 마을 경로당 3곳을 방문했고, 둘째 누나가 메르스 감염검사를 받고 있던 8일 저녁에도 한 중국음식점에서 동료 공무원의 전출입을 축하하는 회식에 참가했다.

특히 A씨는 발열 증상을 보인 다음날인 14일 오후에도 남구의 한 목욕탕을 찾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이 목욕탕의 영업을 중지시키고 종사자를 자가 격리시켰다. 하지만 한 명은 행방을 찾지 못해 소재를 파악 중이다.

대구시는 이날 메르스 방역대책본부장을 행정부시장에서 시장으로 상향조정하고 A씨의 이동경로와 접촉자를 날짜와 시간, 장소별로 추적 중이다.

배지숙 대구시의원은 이날 대구시의회 정례회에서 “메르스 방역과 예방에 앞장서야 할 주민센터 공무원이 메르스 수칙을 쓰레기통에 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부산ㆍ경남

메르스 공포에 휩싸인 부산ㆍ경남지역 시민들이 너도 나도 병원 응급실을 찾아 선별 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급기야 경남 창원에서는 생후 8일된 신생아에 대한 메르스 검사가 실시되기도 했다.

16일 경남도 메르스 태스크포스(TF)는 생후 8일된 영아가 38도가 넘는 고열 증상을 보여 메르스 검사를 실시했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아기는 경남 첫 메르스 확진 환자(115번)가 입원했던 창원SK병원에서 직선거리로 2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B병원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14일 아이가 고열이 나자, 부모는 창원시내 C병원으로 데려가 진료를 받았다. 병원간 거리가 멀고, 접촉자도 아니었지만 만약을 대비해 의료진은 부모의 동의를 받고 생후 8일된 아기의 검체를 채취했다. C병원 관계자는 “고열이 있었고 태어난 병원 인근 병원에 확진 환자가 입원했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는 생각으로 검사를 의뢰한 것 같다” 고 말했다. 현재 C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 선별 검사를 요구하는 인원은 하루 평균 20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도 메르스 TF팀에 따르면 현재까지 메르스 선별 검사는 55건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경남 첫 확진 환자 발표 이튿날(11일) 하루에만 19건의 선별 검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산의 선별 검사 건수는 현재까지 95건이며, 메르스로 인해 부산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한 14일을 전후로 검사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4일 오전까지 검체 의뢰 인원은 53건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최근에는 검사 요구가 들어오면 의료진 판단대로 대부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불안감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ㆍ충청

충남 천안의 한 중학교 교사가 자가격리 대상자로 지정된지 모른 채 5일간 정상 출근한 것이 알려져 지역사회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16일 천안교육지원청과 아산시에 따르면 천안 D중학교 교사 E(46ㆍ여)씨는 지난 7일 119번 메르스 확진환자가 경유했던 아산충무병원에 지인 병문안을 다녀왔다. 하지만 B씨는 이를 모르고 8~12일 학교에 정상 출근했다.

E교사는 119번 환자 확진 판정 뉴스를 접한 뒤 11일 오후 2시께 직접 아산시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7층 입ㆍ퇴원, 또는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대상자로 지정됐음을 확인하고 이를 학교에 보고했다.

D중학교는 15일부터 5일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현재 당사자의 건강상태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추가 감염 없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추가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대전에선 휴업를 마치고 등교를 재개한 학교에서 의료진의 자녀들이 따돌림을 당한다는 설이 돌면서 당국이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대전시 관계자는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이나 자녀들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들이 들려오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인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말했다.

호남ㆍ제주

전북과 전남에선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전남 보성에서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도내 각 시·군 보건소 및 진료소에는 총 2,674건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도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보성 주음마을은 일주일째 마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도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잠복기가 22일까지여서 이번 주 추가 감염자가 나올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전북도는 질병관리본부가 역추적을 통해 격리를 지시한 대상자들이 당분간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까지 메르스 청정지역인 광주와 제주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확진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히 제주의 경우 메르스 환자가 단 1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관광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만큼 메르스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타 지역 감염자의 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공항과 버스터미널 등 대중교통 이용시설에 발열감지기를 설치, 24시간 예방활동을 펴고 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전국종합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