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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ㆍ담] “줄기세포 치료, 일본선 되고 한국선 안 되는 규제 풀어야”

입력
2018.05.31 20: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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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찬 ㈜네이처셀 대표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왼쪽)는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줄기세포 치료기술 개발과 적용을 위해 보다 유연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왼쪽)는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줄기세포 치료기술 개발과 적용을 위해 보다 유연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코스닥 바이오업체 ㈜네이처셀과 이 회사 라정찬 대표(CEO)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일각에선 네이처셀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홍보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며, 라 대표는 ‘증시 사기꾼’에 불과하다고 혹평한다. 다른 일각에선 라 대표가 하나하나 현실화해 가는 개발성과에 주목하며 네이처셀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접지 않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네이처셀 주가도 따지고 보면 그 격렬한 엇갈림의 결과일 것이다.

당장 어느 쪽이 옳은지 단정할 수는 없다. 코스닥시장은 늘 낙관과 비관이 난기류처럼 요동치는 곳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라 대표와 네이처셀이 추진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는 국내 의료규제와 격렬한 마찰을 일으키며 규제 정당성과 완화 필요에 관한 담론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라 대표는 최근 국내 줄기세포 치료 규제를 비판하는 매우 인상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3월20일 네이처셀의 치매 치료 줄기세포 기술이 일본에서 승인을 얻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을 때다. 그는 “기쁘면서 슬프다”며 “토종기술이 국내에선 홀대 받는데 해외에서는 크게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표현은 약간 투박하지만, 일본에서는 상용화까지 가능한 줄기세포 치료 기술이 국내에선 아예 적용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규제 현실을 겨냥한 얘기였다.

영국 유력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사설에서 무분별한 성체줄기세포 치료ㆍ시술을 강력 비판했다.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여러 의료기관과 바이오업체들이 앞다퉈 성체줄기세포가 갖고 있는 효과를 과대포장하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고 있다”며 “성체줄기세포 시술ㆍ치료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처의 주장은 네이처셀을 포함한 국내 대부분 줄기세포 치료제 및 기술 개발사들이 모두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 대표도 관련 기술이 아직 완성단계가 아닌 개발단계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규제가 연구ㆍ개발과 적용의 여지까지 막는 건 넌센스라고 본다. 라 대표와 네이처셀을 둘러싼 줄기세포 치료기술 개발 진전 현황과 규제 현실, 규제완화 여지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일본에서 네이처셀이 치매 치료 줄기세포 기술 상용화 승인을 받은 사실을 두고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네이처셀이 치매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알케이오스템(Alkostemㆍ구 아스트로스템)이 승인된 것이라고 알려졌다. 식약처는 “네이처셀이 일본에서 승인 받은 기술은 특정 병원에서만 시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개념이지 치료제가 의약품 개념인 ‘재생의료 등 제품’으로 허가 받은 것은 아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정확한 사실은 뭔가.

“일본에서 상용화 승인을 얻은 건 네이처셀의 ‘치매 치료 줄기세포 기술’이다. 다만 그 ‘기술’에는 우리가 치매 치료 줄기세포 치료제로 개발 중인 알케이오스템을 이용한 치료가 포함돼 있다. 일본은 2015년 발표된 ‘재생의료안전성확보법(재생의료법)’에 따라 약사법상의 의약품 허가과정과 별도로 연구목적과 치료목적으로 나눠 ‘재생의료기술’허가를 해주고 있다. 물론 기술 허가도 쉽게 나오는 건 아니고, 치료목적 기술 승인은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배양된 줄기세포의 질과 안전성 등을 엄격히 평가한 뒤 이루어진다. 식약처 설명대로 이번 승인은 우선 일본의 1개 병원에서만 할 수 있게 국한돼 있다. 하지만 치료비를 받는 상용화 승인이고, 다른 병원으로 기술적용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게 중요하다.”

-어쨌든 일본에서는 지불 의사가 있는 절실한 수요에 맞춰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하고, 한국은 그게 안 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본다.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은 지난해 말 한 줄기세포 재생의료 육성 심포지엄에서 “오랫동안 어깨가 아파 고생했는데 일본에 가서 줄기세포 치료 후 어깨가 좋아졌고, 현재 골프도 잘 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본은 되고, 한국은 안 되는 이유는 뭔가?

“치료제 승인은 보편적 이용을 전제로 한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약사법에 따라 보다 엄격한 임상을 거치도록 돼있다. 다만 일본은 재생의료법을 제정해 약사법 트랙과는 별도로 특정 병원의 의료기술로 한정해서라도 줄기세포 치료를 상용화할 수 있게 길을 터준 것이다. 세계 줄기세포 의료산업을 선도하려는 포석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정도의 규제완화 시도가 없는 게 아니다. 지난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첨단재생의료법’이 있고, 그 전에도 여야에서 비슷한 법이 발의됐으나 여전히 통과가 안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긍정적이지만 식약처 등은 반대 입장인 걸로 안다.”

-국회에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있고 보건복지부도 동의하는 규제완화를 식약처가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 규제완화가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에 직면하면 그걸 조정해 개선을 이루는 것이 정치와 정부의 역할인데 정부 내 식약처와 복지부의 입장 차를 조정 못한다는 말인가.

“성체줄기세포 치료는 환자 본인의 지방 등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시술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여기까지는 허용된다. 문제는 추출된 줄기세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배양을 통해 줄기세포를 증폭해야 한다. 그런데 일단 배양을 하면 의약품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신약 개발과정에 따르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식약처가 관련 규제권을 쥐고 있는데,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되면 규제권이라는 ‘밥그릇’을 지킬 수 없게 되는 것 아니겠나. 거기에 기존 제약업체 등의 이해도 반영해야 할테고···. 다만 식약처는 공식적으로는 재생의료에 대해 “노 터치(no touch)”라며 외면하는 모양새다. 정부 내 입장 차를 조정하려면 일단 식약처를 관할하는 총리실이 나서야 한다고 본다.”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지난 3월 네이처셀의 줄기세포 퇴행성관절염치료제 ‘조인트스템’에 대한 조건부 시판 허가를 반려한 것 때문에 식약처에 반감을 갖는 것 아닌가. 당시 식약처는 임상시험 자료 심의 결과 참여 환자 수가 13명에 불과하고, 임상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는데.

“아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규제 문제가 있다. 2016년 6월인가 7월에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식약청 고시를 개정했다. 중증 비가역성 질환이나 치료가 안 되는 병은 임상을 1, 2, 3상 중에서 임상 2상까지 끝나면 3상을 조건부 허가해주겠다고 했다. 그에 따라 조인트스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거다. 그런데 그 고시엔 2상 임상실험이 3상 임상실험(통상 실험대상 환자수가 1, 2상에 비해 훨씬 많음) 계획과 ‘유사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그 유사성에 대한 판단이 객관적 기준 없이 전적으로 식약처 재량에 맡겨 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극단적으로 2상 실험환자 수를 3상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면 사실상 1상 실험 후에 3상 실험을 두 번해야 한다는 얘기로, 사실상 규제완화 안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 아닌가.”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일본을 찾는 환자들이 많은가. 과거 라 대표가 설립했다가 상장폐지된 알앤엘바이오는 2012년 12월 마이니치신문이 1면 머릿기사로 “알앤엘바이오가 자체 배양ㆍ보관한 줄기세포를 한국인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고 있다”고 보도한 후 줄기세포 원정 시술 논란에 휘말려 결국 문을 닫아 불신을 산 적이 있다. 알앤엘바이오의 후신 격인 네이처셀이 요즘 벌이고 있는 일본 줄기세포 시술이 그 때와 다른 점이 뭔가.

“2012년 전후 알앤엘바이오의 일본 줄기세포 시술은 아직 일본에서도 재생의료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일본 의료법에 따라 환자 동의 하에 의사 재량에 따른 줄기세포 시술이 가능했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었다. 지금 네이처셀의 일본 시술은 재생의료법에 따른 합법적인 것이다. 지금은 오사카 니시하라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 치료, 피부 재생, 중증하지허혈성질환(버거씨병), 자가면역질환 등에 대한 허가를 받고 시술 중이다. 이번 치매 치료는 후쿠오카 트리니티 클리닉에서 허가 받은 것이다. 적잖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환자수는 많다. 최근 2년 간 일본에서 관절염 치료를 받은 환자만 2,600여명에 이른다. 알케이오스템을 이용한 치매 치료는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했는데 한국인 대기환자가 80여명 정도다.”

-네이처셀의 일본 줄기세포 치료는 한국인들만 받고 있나. 치료효과가 좋다면 일본인이나 다른 나라 환자들도 많이 와야 하는 것 아닌가.

“치매 치료는 시작단계라 지금은 한국인들만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 사실이 구글과 산케이신문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하루 10건 내외의 문의가 들어온다고 한다. 최근엔 미국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트 및 라디오쇼 운영자인 로리 라베이 측에서 상용화 사실을 알고 먼저 연락해와 화상인터뷰를 했따. 외국의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사실이 널리 알려질 거라 기대한다.”

-네이처는 최근 무분별한 성체줄기세포 치료를 강력 비판했다. 검증되지 않는 효과를 내세워 환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지적이었다. 라 대표도 줄기세포 치료 기술이 완성된 단계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완화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네이처의 지적은 줄기세포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를 강조한 것으로 이해한다. 10년 동안 사기꾼 소리 들으며 연구를 진행해 확인한 건 우리 기술이 안전하다는 점이다. 줄기세포를 맞으면 암이 발생할까 걱정했는데 작년 말 논문을 통해 우리 환자 462명이 줄기세포를 맞기 전과 후 3년 내지 6년 동안을 추적해 암 표지자 검사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줄기세포를 5번 이상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효과에 대해서는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해 볼만은 하다’는 정도까지는 확인됐다고 본다. 무엇보다 치료를 원하는 절실한 환자들이 많고,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나치게 완고한 규제가 존재하는 건 옳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에서는 되는데 한국에서 안 되는 규제는 풀어야 하지 않겠나.”

인터뷰=장인철 논설위원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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