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30마리를 묶어 놓고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해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 농장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동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10일 논평을 통해 “인천지방법원의 해당 판결은 법관의 재량권을 심각하게 일탈한 판결로서 국민의 법감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대한민국의 동물복지 수준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는 자신의 개농장에서 연간 30마리 상당의 개를 묶어놓고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도살해 동물학대 혐의로 기소된 개농장주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르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되며 노상 등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동물이 지켜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개가 식용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전살법으로 개를 도축한 것이 학대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가 전살법으로 개를 실신시켜 도축한 것이 다른 동물의 도살방법과 비교했을 때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도살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도살방법을 규정해 놓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실제로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법 조항의 가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소, 말, 양, 돼지 등 토끼를 제외한 포유류는 전살법, 타격법, 총격법 등을 이용하고 닭,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는 전살법, 이산화탄소 가스법 등으로 도살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해 카라는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도살은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도살 방법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법에 저촉됨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죽이는 방법에서도 도구, 약물 또는 열, 전기, 물을 이용한 상해 행위가 법적 처벌의 대상인 만큼(예로 죽지는 않았더라도 물에 빠뜨려 학대한 경우나 도구로 구타한 경우 등) 전살법에 의한 개의 살해행위는 위법이라고 덧붙였다. 개과 동물로서 모피로 희생되는 여우 등에 대한 전기 도살은 영국 미국 등에서는 법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재판부가 개를 가축으로 봐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카라 측은 “축산법에 개가 포함된다하더라도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지 않는다”며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존재하는 이상 이를 무시하고 식용으로 사육, 도살, 유통시켜도 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해 9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은 하루 평균 2, 3마리의 개를 전기충격기 또는 칼을 이용하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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