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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위해서라면… '스펙 디스카운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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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위해서라면… '스펙 디스카운트' 시대

입력
2015.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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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빙하기 뚫기 진풍경 연수 경력·자격증 등 삭제

입사 2년 미만 직장인 80% "이직 위해 스펙 포기 의향"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시내 한 대학교 졸업생들의 뒷 모습이 쓸쓸하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시내 한 대학교 졸업생들의 뒷 모습이 쓸쓸하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3년 전 서울 소재 4년제 여대를 졸업한 김솔지(28ㆍ가명)씨는 다음달 A회계법인 입사를 앞둔 늦깎이 신입사원이다. 남들보다 3, 4년 늦게 취직하는 김씨의 이력서는 단출하다. 회계학과 입학과 졸업이 전부고, 요즘 ‘900점은 기본’이라는 토익도 800점을 겨우 넘겼다.

하지만 이는 공식 이력서일 뿐, 보이지 않는 이력서는 따로 있다. 사실 A사는 김씨의 두 번째 직장이다.

김 씨는 2012년 8월 졸업 직후 B회계법인에 정규직으로 들어갔다. 연봉은 상여금 빼고 3,100만원. 초봉치고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청년 백수의 길로 들어서지 않은 데 감사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은 그만큼 큰 희생을 요구했다. 공식 근무시간은 9시~6시였지만 매일 14시간 이상 일했고, 업무가 몰리는 12월에는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업무를 대신 할 사람이 없어 몸이 아파도 쉴 수가 없었다. 이렇게 일해도 야근수당, 휴일수당이 한 달에 1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결국 김 씨의 첫 직장생활은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퇴직 후 1년 간 김 씨는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결국 김 씨는 대졸 초임 계약직으로 다시 방향을 돌렸다. 대신 정규직 근무 경력과 대학 시절 인턴 경력, 어학연수, 관련 자격증을 모두 삭제했다. 희망연봉도 700만원이나 깎았다. 그렇게 A사의 신입 계약직이 된 김 씨는 “이대로 시간만 흘려 보낼 수 없어 차악을 택한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애써 쌓은 경력이나 스펙(구직 때 요구되는 학점ㆍ토익점수ㆍ자격증 등 평가요소)을 과감히 버리거나 감추고 지원을 하는 이른바 ‘경력 및 스펙 디스카운트’가 늘고 있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높은 조건을 내세우기 보다 회사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서라도 일단 취직하고 보자는 경향 때문이다.

이 같은 경력과 스펙 디스카운트는 이직 시장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원하는 직장으로 옮겨가기 위해 스스로 경력을 깎고 다시 신입사원으로 내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봉이 반토막 나고 지난 시간이 공허하게 사라지지만 이들은 “취업 빙하기에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입사 2년 미만의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이직을 위해 경력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좋은 조건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53%)였고, ‘희망 직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37%), ‘경력으로 이직하기에는 부족해서’(31%)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공백기를 줄이려고 일단 취업한 거라서’(13%), ‘경력 이직보다 쉬울 것 같아서’라는 답변도 각각 13%, 12%에 이른다. 백수생활을 피하고자 일단 원치 않는 직장에 입사했다는 뜻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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