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중진들 릴레이 선언 관측, 영남 의원들 용퇴 압박 거세질 땐
본격적인 물갈이 신호탄 전망… 새정치는 공천 개혁 주도권 빼앗겨
호남·수도권·86그룹 압박 받을 듯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3일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여야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대적 물갈이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 의원에 앞서 4선의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과 국회의장을 지낸 6선의 강창희(대전 중구) 의원, 비례대표 손인춘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건강 문제가 이유였던 손 의원은 경우가 다르지만 중진급인 이 의원과 강 의원에 이어 현직 지도부로서 당내 비중이 큰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은 여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새누리당이 최근 새정치연합과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김 최고위원이 불출마 결심을 밝히면서 앞으로 중진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봇물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를 계기로 영남권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이 수혈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공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새누리당 지도부가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를 영남권 의원들을 압박하는 도구로 삼으리란 해석도 나온다. 그 동안 당내 소장파들 사이에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으려면 영남권 의원들이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를 먼저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은 야권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와 총무본부장인 최재성 의원 등 2명만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신당 창당 움직임과 맞물려 공천 혁신의 요구에 직면한 상태다. 특히 김상곤 혁신위원장 체제 출범과 함께 당 안팎에서는 ‘자기 희생’, ‘헌신’, ‘기득권 포기’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김 최고위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정치연합의 호남, 수도권,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의원들이 불출마에 대한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텃밭인 호남과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나 최근 당 안팎에서 용퇴 논란이 일고 있는 ‘86그룹’ 의원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물갈이로 상징되는 공천개혁에서도 새누리당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핵심 당직자는 “개혁 공천에 대한 요구는 여당보다 우리가 더 급한데 다들 눈치만 보고 정작 (불출마 선언을 할) 선수가 없어 큰일”이라며 “불출마 선언은 얼마나 빨리 연쇄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유권자들의 지지가 판가름 나는데 한참 뒤처진 셈”이라고 말했다. 더모아전략그룹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야당 의원들 사이에는) 계파 갈등에 분당, 신당 창당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불출마 하겠다고 나서기 보다는 출마 기회를 엿보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혁신위원회가 아무리 좋은 공천 관련 혁신안을 내놓아도 인적 쇄신과 맞물리지 않고서는 그 실현 가능성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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