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일정으로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앞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면서 북한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가 앞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같은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뜻도 전달했다.
김 부위원장 발언은 북미관계 발전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에 한계에 있다는 우리측 입장을 수용한 것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 접견 직전까지도 대북 압박을 견지하는 미국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런 북한이 북미대화 수용으로 선회할 뜻을 비친 것은 모처럼의 대화 기회를 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비핵화가 핵심인 북미대화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핵 문제는 북미 간 문제’라는 기존 입장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상당한 진전이다. 정부로서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중재 노력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김 부위원장 발언으로 북미 간 탐색적 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3일 방한한 미국 대표단에 남북문제 담당인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김 부위원장의 북한 대표단에 과거 6자회담 참여 경험자이자 핵문제와 북미관계 실무 책임자인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 각각 포함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국 대표단이 귀국하는 26일 전에 북미 간 비공식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북미대화를 위한 북한의 후속 조치와 내용이다. 이와 관련, 조선신보가 최근 “핵ㆍ미사일 시험 동결 의사가 북한 당국 차원의 입장임을 대표단이 전격 확인할 수도 있다”고 보도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해 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 발사 중단의 조건으로 한미훈련 중단 등을 요구한다면 국면은 다시 난기류에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의 방남을 놓고 남남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점거 농성에 ‘체제 전쟁’까지 언급한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행태가 도를 넘긴 했지만, 국민 정서를 거스른 정부의 대북 저자세도 비난받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북한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전향적 태도 변화를 강력히 주문하는 한편 남북대화를 위한 노력을 국민에게 알리고 설득하는데 더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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