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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당청 수평관계” 외치더니… ‘친박 친정체제’ 한계 여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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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당청 수평관계” 외치더니… ‘친박 친정체제’ 한계 여실히

입력
2016.10.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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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회군’ 새누리의 현주소]

‘사생결단’ 단식 강행 이 대표

청와대 정무수석 두 차례 방문 뒤

농성 풀어 ‘당무수석’ 조롱

“국감복귀” 오더 지도부가 퇴짜

서청원에 ‘정치 훈수’ 듣는 등

이 대표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

비박은 ‘국회 정상화’ 단일대오

친박 주류 견제 가능성 보여줘

양 계파 힘겨루기 빈번해질 듯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일 병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3일 병실에서 링거를 맞으며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결의안 표결 강행으로 9일 간 지속됐던 새누리당발 대야 강경투쟁 및 국회 마비 사태는 2일 이정현 대표의 전격적인 단식 철회와 국정감사 복귀 선언으로 종료됐다. 빈 손 회군으로 귀결된 이번 싸움의 책임 소재 논쟁도 주목할 부분이지만, 위기 속에 고스란히 노출된 집권 여당의 허약체질 역시 당분간 여론의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수직적 당청관계 확인

8ㆍ9 전당대회 당선 직후 수평적 당청관계를 회복하겠다던 이 대표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친박계 친정체제’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사실로 증명됐다.

당초 “정세균 의장이 사퇴를 하든지, 내가 죽든지”라며 사생결단의 농성에 들어간 이 대표는 당 원로와 중진 의원 등의 거듭된 만류와 읍소에도 단식 농성을 풀지 않았다. 당 지도부는 이런 기류를 반영해 3일 정 의장이 호주에서 열릴 믹타(MIKTA) 회의에 출국하는 것을 지켜본 뒤 당일 오후 4시 최고위원회의, 5시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감사 복귀’만 선언할 예정이었다.

그랬던 이 대표가 병원행으로 급선회한 데에는 단식 장기화에 따른 건강 악화라는 변수도 작용했을 테지만, 사실상 청와대의 요청에 크게 좌우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당에서는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낮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틀 간격으로 찾아와 단식 농성을 만류하면서 이 대표의 결심이 크게 흔들렸다고 보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1일 밤 (이 대표 측에서) 단식 중단과 국감 복귀에 대한 메시지가 왔다”며 “김 수석의 방문 때 청와대의 의중이 전달됐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장 야권에선 “이 대표의 단식 농성은 대통령이 ‘장하다’ ‘잘했다’고 하면 끝날 것”이라고 했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고가 맞아떨어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내에서도 집권당에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이란 뜻의 ‘당무수석’이란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비박 진영은 결집 가능성 보여

계파의 구심점이 분명한 친박계와 달리, 리더가 불분명한 비박계는 엄밀히 말해 계파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 사태 속에서 단일대오로의 결집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치적 명분이 분명하다면 친박 일색의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거나 직언할 수 있는 세력임을 과시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의 ‘국감 복귀’ 선언을 신호탄으로, 김무성 정병국 유승민 나경원 김성태 황영철 의원 등 비박계는 비공개 회동을 통해 “지도부가 국감과 국회 정상화에 나서라”며 모처럼 만에 한 목소리를 냈다. 친박계 한 인사는 “당심은 지도부를 지지할지 모르나 이를 민심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며 “비박계의 국감 복귀 촉구가 현실화된 만큼 단식ㆍ투쟁 명분이 부족했다는 것을 친박계 지도부가 인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의 말발이 안 선다

가뜩이나 ‘비주류 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대표는 단식 투쟁을 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리더십의 상처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이 대표가 자신은 단식을 계속하되 의원들은 국감에 복귀하라고 촉구했지만 당 지도부가 긴급 의총을 소집해 ‘복귀 불가’로 뒤집은 것이 대표적이다. 서청원 전 최고위원은 “국감에 복귀는 해야 하지만 오늘은 타이밍이 아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대표에게 훈수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이 대표의 단식 선언 역시 전형적인 ‘나홀로 결단’으로 지도부 내에서도 뜬금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향후 대선 정국을 관리할 당의 수장으로서 당 장악력에 한계를 노출한 만큼 당분간 험난한 앞길이 예고된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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