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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중국 대륙에 죽어서 묻힐 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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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중국 대륙에 죽어서 묻힐 땅이 없다?

입력
2018.04.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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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공원묘지. 왕이망
중국의 한 공원묘지. 왕이망

“살아서는 방 한칸 장만하기 힘들고 죽어서도 누울 자리 찾기가 어렵다.”

중국에선 청명절(4월 5일)에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의 인터넷매체 왕이(網易)망이 6일 청명절 연휴(5~7일)를 맞아 성묘 인파 소식을 전하면서 인용한 한 성묘객의 푸념이다. 대도시 주택가격 뿐만 아니라 묘지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서 웬만한 서민들은 묘지를 구하기도 어려운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실제 중국의 묘지 가격은 대도시 집값을 넘어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하이(上海)의 경우 주택 평균가격이 1㎡당 6만위안(약 1,015만원)인 데 비해 묘지의 평균가격은 1㎡당 9만위안(약 1,523만원)에 달한다. 베이징(北京)도 시 경계를 벗어나면 3만위안(약 508만원) 수준이지만 도심 경계 내에선 대부분 6만위안을 훌쩍 넘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묻힐 땅 걱정에 죽지도 못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호화로운 능원이라면 그 가격이 몇 배로 뛴다. 상하이는 고급묘지 가격도 평균 30만위안(약 5,078만원)으로 30여개 주요도시 가운데 가장 비싸고,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도 호화묘지 가격이 15만~20만위안(약 2,537만~3,383만원)에 달한다. 최근 광둥성 선전(深圳)시에선 겨우 A용지 크기만한 토지절약형 친환경 묘지가 1만3,800위안(약 233만원)에 팔리기까지 했다. 여기에 장례비용이나 묘지 관리비 등을 감안할 경우 실비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묘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1956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국토 잠식, 장례 형식의 번잡함, 과다한 경비 지출 등을 이유로 화장을 적극 권장했고, 현재는 전국적으로 1만2,000여개의 화장시설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토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매년 늘어나는 묘지 넓이가 프랑스 수도인 파리 면적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0㎢나 된다.

그런데도 베이징의 공동묘지가 최근 10년 동안 한 뼘의 땅도 추가로 공급되지 않는 등 주요도시 지역에선 묘지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장례사업 발전 보고’에 따르면 전국 대부분 도시지역의 현재 묘지는 10년 내에 사용이 완료된다. 더 이상 묻힐 땅이 없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대도시 주민들은 인근 중소도시의 공원묘지를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상하이 주민들이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등지로, 광저우ㆍ선전 주민들이 중산(中山)ㆍ포산(佛山) 등지로 각각 묘자리 찾기에 나서는 식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묘지 공급이 부족한 터라 해당 지방정부들은 외지인에 대해 ‘묘지 구매제한령’을 내린 상태다. 묘원 확보전이 지방정부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건 중국 인구의 급속한 노령화다. 국무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60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17.3%인 2억4,100만명에 달했고, 2050년이면 그 비율이 34.9%에 달할 전망이다. 프랑스 국가인구연구소는 중국의 노령화 속도가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묘지난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임을 짐작케 한다.

중국 정부는 2016년 묘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화장률 10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골을 화장한 후 숲이나 화단, 강물, 바다 등에 묻거나 뿌리는 방안과 함께 토장의 경우 관을 똑바로 세워서 묻는 직립매장을 장려하는 지침을 내놓았다. 하지만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인민공원묘지의 6만여개 무덤 중 사용기한이 지났거나 임박한 묘지가 절반 이상이나 되는 등의 문제부터 하나하나 해결하지 않는 한 조만간 유골함을 보관할 장소조차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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