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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집 빌려드려요" 전세난이 빚은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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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집 빌려드려요" 전세난이 빚은 진풍경

입력
2016.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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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절감ㆍ단기임대 틈새시장

집주인 동의 없이 계약한 경우

2차 세입자 법적 보호 못 받아

집 파손될 경우 장기 분쟁 소지도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자신이 세 들어 살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오피스텔을 재임대(전대ㆍ轉貸)로 내놨는데 일주일 만에 계약이 이뤄졌다. 이씨는 이 집에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주고 1년 넘게 생활하다 직장을 서울로 옮기면서 월세 53만원에 전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 만료까지 6개월 정도 남아 있어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재임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30대 김모씨는 최근 유명 직거래 사이트에 방 3개짜리 전셋집 중 방 1개를 보증금 500만원, 월세 30만원에 재임대로 내놓았다. 본인 역시 보증금 2억원에 월세 80만원을 집주인에게 내고 사는 세입자다. 김씨는 “아이 없이 우리 부부만 살고 있기 때문에 방 1개는 계약이 만료되기 전까지 세를 줘 주거비 부담을 덜 생각”이라고 말했다.

끝 모를 전세난과 치솟는 임대료 탓에 최근 들어 젊은층 사이에서는 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는 ‘전대’가 성행하고 있다. 여러 개의 방 중 일부를 세주고 함께 사는 것부터 직장 이전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 만료 전까지 재임대를 주는 식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하지만 분쟁 소지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직거래로 유명한 한 인터넷 카페에서 올 들어 올라온 총 1만3,000여건의 글 중 1,000여건이 ‘단기임대’다. 다른 직거래 사이트 등에도 ‘방1개 월세’나 ‘단기임대’ 등으로 검색을 하면 어렵지 않게 재임대를 알리는 내용의 글들을 찾을 수 있다.

임대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방이 여러 개인 경우는 일부를 세로 놓고 원래 세입자가 계약 만료가 될 때까지 재임차인과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방이 1개인 오피스텔의 경우 2~6개월 간 단기로 재임차인이 홀로 쓰는 사례가 많다.

재임대가 직거래 시장에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세입자 모두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은 “원 세입자가 방을 재임대로 내놓을 때 2차 세입자가 어느 정도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것을 감안해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를 싸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원 세입자 입장에서는 주거비를 아낄 수 있고 2차 세입자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어 임대차 시장에서 전대가 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자”는 세입자들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단기 임대의 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학기 중에만 고향을 떠나 있고 방학 때는 다시 집으로 내려가는 대학생들이나 지방 또는 외국에서 몇 개월간만 수도권으로 출장 온 직장인, 외국인들은 원룸 형태로 단기임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 시장의 일반적인 계약 기간이 1, 2년이기 때문에 ‘틈새 시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 부담도 상당하다. 집주인의 동의가 필수지만 세입자가 허락 없이 재임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계약 만료 날짜를 못 맞추고 나가게 될 경우 집주인과 타협이 되면 새로 세입자를 들이면 되지만, 그런 합의가 안됐을 때 전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럴 땐 재임차로 들어온 세입자가 법적 보호를 받을 장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애초 전대 세입자는 임대차보호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집주인 동의 하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특약 조항을 계약서에 남겨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과정을 거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집이 파손될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장기간 분쟁을 벌일 수도 있다. 따라서 불가피하게 전대 계약을 할 경우에는 상대가 실제 세입자가 맞는지, 집주인의 동의를 받았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오주환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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