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호르몬 감소 … 피하지방 복부집중화 현상도
“밥을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살이 찌는지 모르겠다.” 40대 이상 중년 여성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아무리 끼니를 줄이고 운동해도 20대 체중과 몸매로 돌아가기 힘들다. 정말 ‘나잇살’때문일까.
40대 이상 여성의 비만은 기초대사량이 줄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음식물을 섭취해 심장이 뛰고, 숨을 쉬며, 체온을 유지하는 생명현상에 에너지원을 사용하는데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량이 줄어든다. 기초대사에 쓰고 남은 열량이 많아져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20대에는 체지방이 20%에 불과하지만 30대에는 체지방이 30%로 증가한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0대와 40대 여성이 같은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고 똑같은 강도로 운동하면 40대 몸은 20대보다 20%의 칼로리를 소비하지 못하고 몸에 축적된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 다이어트 ‘저녁식사’ 관건
중년 여성이 배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30대에는 임신ㆍ수유 등에 필요한 피하지방을 허벅지, 엉덩이 등에 저장하지만 40대가 되면 여성호르몬이 줄어 피하지방이 복부에 집중된다. 서영균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 영향으로 지방의 복부 집중화 현상이 심화된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저녁식사’가 관건이다. 아침은 입맛이 없다고 먹지 않고, 점심은 집에 있는 음식으로 대충 해결하고, 저녁에 허기를 채우기 위해 폭식하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 심 교수는 “생체리듬 상 저녁이 되면 신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양이 크게 줄어 과잉 섭취된 에너지는 체내 바로 저장된다”면서 “저녁식사를 점심과 같이 고수하면 비만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낮에는 조금 배불리 먹어도 활동하면서 에너지를 쉽게 소모할 수 있지만 저녁시간에는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저녁을 굶으면 될까. 처음에는 다이어트 의지가 있어 가능할지 몰라도 결국 폭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외부에서 에너지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일단 근육에서 단백질을 꺼내 쓰다 이마저 고갈되면 몸에 있는 지방을 사용하는데 몸에 있는 근육과 지방이 소진되면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면서 “몸에 있는 근육이 없어지면 아무리 적게 먹어도 지방으로 축적돼 비만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녁식사는 지방은 적고 섬유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가공ㆍ정제되지 않은 자연식품, 즉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거친 식물을 위주로 저녁을 먹어야 한다. 심 교수는 “섬유소는 씹고 삼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위장에 오래 머물러 포만감을 유발해 과식하지 않게 해 준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섬유소와 함께 단백질 보충을 위해 콩, 두부, 생선, 해산물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면서 “식사횟수보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비만 문제로 병원을 찾은 중년여성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먹는 양이 많다”면서 “비만 할수록 자신이 먹은 양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식사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산소ㆍ근력운동 지속해야 ‘요요’ 차단
식이요법과 함께 지속적으로 운동해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서 교수는 “1주일에 5회 정도 30분씩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면서 “체중증가를 막기 위해 하루 최소한 1만보 이상 걸어야 하고, 요요현상을 차단하려면 하루 1만5,000보 이상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유산소 운동과 함께 근력운동도 1주일에 2회 이상해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근력운동하면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체중감량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중년여성에게 있어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몸을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면 지방세포가 몸에 축적되지 않아 체중감량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영양섭취를 하고 운동을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서 교수는 “영양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간에 저장돼 있던 글리코겐이 고갈돼 단백질 분해가 먼저 일어나 지방이 아닌 근육이 빠질 수 있다”면서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운동을 하면 불필요한 지방이 빠지고 근육도 키울 수 있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혼밥’ 삼가고…허리둘레 줄여라
식단과 함께 과감하게 식습관을 개선해야 된다.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해야 된다. 심 교수는 “TV, 컴퓨터를 보면서 식사하면 자제력을 상실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 아닌 먹을 때만 가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동적으로 먹는 음식만 줄여도 다이어트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식사시간은 한 끼에 20~30분 이상으로 정해 천천히 먹어야 한다. 체중감량하려면 잠들기 6시간 전부터 먹지 말아야 한다. 다이어트의 최대 난적인 야식을 피하려면 일찍 잠드는 게 좋다.
하지만 억지로 잠잘 수 없다. 따라서 멜라토닌이 함유된 호박씨, 바나나, 포도껍질, 토마토 등을 먹으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허기가 지고 잠이 잘 안 오면 우유 반 잔에 슬라이스치즈 한 장정도 먹으면 안정되고 수면에 도움이 된다.
식사는 가급적 여럿이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된다. 심 교수는 “일본 연구결과, 식사 속도가 빠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정도 비만 위험이 있다”며 “빠른 속도로 과식을 하면 최대 3.5배 비만위험 연구결과가 있을 만큼 빨리 먹는 식습관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년 여성의 다이어트는 진부하지만 지속적인 식이요법과 운동밖에 없다. 특정 부위 살만 빠지는 방법이 없는 만큼 복부지방을 빼려면 인내를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심 교수는 “중년 여성의 다이어트는 체중보다 허리사이즈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허리사이즈가 줄지 않고 체중만 빼는 잘못된 다이어트를 하면 요요현상이 반복된다”고 경고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알고 먹어야 다이어트 성공]
자료: 이대목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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