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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는 '필패'의 아이콘?…쇄신커녕 헛발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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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는 '필패'의 아이콘?…쇄신커녕 헛발질만

입력
2015.04.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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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광주 여섯번 찾고도 허사

'인물ㆍ전략ㆍ구도' 3無 고질병

"이기는 방법 잊은 정당" 냉소까지

"향후 총선ㆍ대선 다 내줄판" 경고음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내 정책조정회의에서 4ㆍ29 재ㆍ보선 참패로 닥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내 정책조정회의에서 4ㆍ29 재ㆍ보선 참패로 닥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k.co.kr

4.29 재보선을 앞둔 마지막 일요일이었던 26일 오후 광주 서구 중앙공원. 운동화를 신고 지역 주민을 만나는 ‘뚜벅이 유세’를 펼치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뒤에서 몇몇 당직자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일부 당직자는 조영택 후보를 거론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탈당했던 인사를 후보로 내세워도 광주 사람들이 찍어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시민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복당한 인사에게 공천을 주는 것은 무슨 경우냐”고 거들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문 대표는 또 다른 탈당 전력의 인사를 뚜벅이 유세에 동행시키는 행보로 광주 선거운동에 올인했다. 선거운동 과정 전체를 지켜본 핵심 당직자는 30일 “인물이나 구도, 전략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3무(無)’선거였다”고 비판했다.

4ㆍ29재보선에서 ‘0대 4 완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벼랑 끝에 섰다. 당 안팎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선거 승리의 공식을 까먹은 것 아니냐” “새정치가 선거 승리의 방정식을 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이러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 선거까지 속수무책으로 새누리당에 패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질주 중이던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나 문 대표 체제 이후 지지율 상승으로 안정감을 찾아가던 당이 소용돌이에 휩싸일지 모른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문 대표는 이번 재보선 기간 동안 광주를 여섯 차례나 찾았다. 이 중 세 차례는 1박2일 일정으로 마을회관에서 잠을 자고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누는 ‘숙박 유세’를 했다. 그 만큼 공을 들였지만 결과는 허사로 판명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광주를 여섯 차례 방문했던 점을 감안하면 문 대표가 광주에 올인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후보 선정과정부터 잘못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당 핵심 관계자는 “광주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공천이었다”며 “문 대표가 ‘경선을 통해 뽑는다”는 절차적 정당성만 따지려다 정작 그 경선을 통해 최악의 후보가 탄생했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천정배 의원을 배려하지 못한 탓도 문제를 삼았다. 천정배 의원조차 이날 “새정치연합이 처음부터 참신한 인물을 공천했다면 천정배에게 틈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잘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가 돼야 하는데 그런 (공천) 구조를 못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與 성완종 특사 물타기에 모호한 대응

경제정당론도 지역 민심과는 거리

"그래도 2번 찍을 것" 막연한 기대만

새정치연합의 선거 구도도 오락가락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성완종 특사 문제로 물타기에 나서자 문 대표는 모호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새정치연합의 상승세도 크게 꺾였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가지고 정권 심판론 구도를 내세웠는데 국민들 보기에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며 “선거 초반 국민의 지갑을 지키겠다는 등 민생, 경제 문제들을 내세우면서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의) 달라진 면모를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제시할 어젠다와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어젠다를 확실히 나누지 못했고, 유능한 경제정당론과 부패정권 심판론도 적절히 배합하지 못했다. 줄곧 유권자들 눈 높이에 맞춰 ‘지역일꾼론’을 밀어붙인 새누리당과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유능한 경제정당론은 지역 후보와 아무 관계 없는 구도였다”며 “재보궐선거는 개별 지역구 정책이 중요한데 경제정당론은 전국 단위에서는 통할 지 몰라도 지역에는 통하지 않는데다 이를 실현할 후보도 한 사람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구도가 흔들리면서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전략도 우왕좌왕이었다. 천정배 의원은 출마 선언 때부터 자신이 한 마리 메기가 돼서 호남정치를 바꾸겠다는 ‘메기론’ ‘호남정치 복원’ ‘낙후된 호남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지역 평등론’ 등 광주 민심이 원하는 화두를 던지는데도 새정치연합은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화두는 제시하지 못한 채 ‘천 후보=배신자’로만 공격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우리끼리 분열해서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제시했고, 막판에는 ‘우리가 남입니까’라며 어설픈 호소까지 시도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조차 전략 부재에 대한 반성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전략팀 관계자는 “천정배 후보나 정동영 후보가 선거에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다소 안이하게 판단한 게 사실”이라며 “광주나 관악을 만큼은 ‘2번을 찍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현장과 지도부의 의사소통도 문제였다. 광주의 경우 현장에서 ‘10% 포인트 이상 천 후보에게 지고 있고 위험하다’는 경고성 메시지가 여러 차례 전달됐지만 번번히 묵살됐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서울 관악을에서도 비록 정동영 무소속 후보를 밀더라도 투표 때는 우리를 찍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에 젖어 있었다”고 말했다. 관악을에서 낙선한 정태호 후보 측 관계자는 “일부 지도부, 후보 말고는 나머지 의원들은 ‘우리의 선거’라는 절박함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못했고 대부분 구성원들은 ‘문 대표의 선거’라며 소극적으로 움직였다”며 “선거 전에는 흐트러져있다가도 선거만 들어가면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새누리당과는 딴판이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buttonpr@hk.co.kr

전혼잎기자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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