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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영어금지 ‘낀 세대’ 된 초등 1, 2학년 “학원 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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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영어금지 ‘낀 세대’ 된 초등 1, 2학년 “학원 갈 수 밖에”

입력
2018.01.16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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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아 영어학원 감독 강화

효과 거둘 수 있을지 의문 여전

구체적 대안까지 혼란 지속될 듯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유치원•어린이집 및 학원의 영어 선행교육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유치원•어린이집 및 학원의 영어 선행교육 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유치원ㆍ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결정을 보류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던 학부모들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1년 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여전히 모호한 데다 당장 영어유치원 등에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책이 어디로 튈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특히 법에 따라 올해부터 방과 후 영어 수업이 금지되는 초등 1, 2학년 부모들은 자칫 자녀가 영어교육 ‘낀 세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가 16일 기존 방침을 보류하면서 내놓은 대안은 구체안이 나올 때까지 1년 간 우선 유치원의 방과후 교육과정과 유아 대상 영어 학원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에서 비싼 교습비와 장시간 수업, 학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 등 실태를 전면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내에 “영어 유치원‘ 운영 기준을 법제화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원어인 강사나 영어 집중교육 등을 내세워 홍보하는 곳들을 먼저 단속할 것”이라며 “시ㆍ도교육청과 연계해 ‘상시 점검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선 오락가락하는 정책 행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학원 운영 기준을 법제화한다고 해도 규제 대상 학원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 교습비는 어느 수준이 적정한지 등 기준 마련 단계에서부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그간 교육당국이 선행학습 유발학원에 대해 여러 차례 특별단속을 실시했지만 행정처분 조항이 없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을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4세 아들을 둔 김수연(29)씨는 “지역별 특성이나 소득 수준을 감안한 세밀한 규제 방안이 마련돼야 할 텐데 충분한 합의 없는 기준 탓에 또다른 혼란만 불러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3월부터 학교에서 방과후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초등 1, 2학년 학부모들은 ‘영어 교육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학부모 유경선(37)씨는 “영어 배우기에 너무 어리다던 유치원생들에게는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고 정작 초등학생들의 영어학습을 금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유치원 때 익숙해진 단어들을 다 까먹고 3학년이 되면 아이가 더 힘들어 할 것 같아서 인터넷 화상영어라도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 2학년 학부모들이 영어 교육 사각지대를 피해 결국 사교육을 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영어교육전문기업 윤선생이 이달 5일부터 10일까지 자녀를 유치원ㆍ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 4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9%가 ‘영어 수업이 금지될 경우 초등 3학년 이전까지 별도의 영어 사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초등 1학년 딸을 둔 직장인 한모(40)씨는 “아이 수업이 오후 1시면 끝나는데 학원에 보내기엔 돈도 많이 들고 안전문제도 있어 방과후 수업을 애용했다”며 “원치도 않는데 사교육 시장으로 떠밀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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