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 이의신청에 따라
수사기록 확보 다른 경로 검토
헌법재판소가 20일 전체 재판관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을 22일 오후 2시로 결정했다. 헌재는 신속하면서도 공정한 심리절차를 고심하고 있다.
준비기일에는 본격 심리에 앞서 핵심 내용과 증거를 정리하고 변론절차에 대해 협의한다. 이 자리에는 수명재판관을 맡은 주심 강일원 재판관과 이정미ㆍ이진성 재판관, 그리고 양측 대리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과 권성동 소추위원단장이 나올 수는 있지만 통상 대리인이 참석해 조율한다. 헌재 관계자는 “(탄핵심판이 준용하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준비기일도 공개하도록 돼있다”며 “당사자들로부터 준비기일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헌재는 속도를 내라는 압박을 받는 가운데에서도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모든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관회의에서 수사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 측 이의신청에 대해 논의를 거쳐 결정을 내렸지만 첫 준비기일에 공개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자료 제출을 요구한 주체가 헌재인 이상 이의신청을 신속히 기각할 경우 오히려 재판이 불공정하다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2인3각 경기를 할 때 마음이 앞서 빨리 가려고 하면 넘어지고 천천히 가던 조가 오히려 추월한다”며 절차를 거치는 것이 오히려 빠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헌재는 다른 경로로 수사기록을 확보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는 소추위원이 신청하면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문서를 보내도록 요구할 수 있다(헌법재판소심판규칙 제39조). 법원이나 검찰 등에 보관된 자료에 대해 일부만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같은 규칙 제40조). 이조차 여의치 않다면 소추위원 측 신청 또는 헌재의 직권으로 문서가 있는 장소에서 조사를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국회가 대통령측 답변서를 공개한 데 대해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이를 제지하도록 재판부가 소송지휘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서도 헌재는 즉각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배 공보관은 “소송지휘는 결정을 요하는 것이 아니어서 향후 준비기일이나 변론기일에 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탄핵심판의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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