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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손상’ 예은이에게 더 큰 희망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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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손상’ 예은이에게 더 큰 희망을 주세요

입력
2015.05.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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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개월때 급성심근염 수술

뇌 손상으로 종일 누워 지내

치료비 없어 전전긍긍하다

소액기부 소셜펀딩 지원에 숨통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등 큰 도움

‘누워서 희망을 쓰는 아이’ 예은이.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제공
‘누워서 희망을 쓰는 아이’ 예은이.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제공
예은이 어머니 김혜숙씨가 마스크를 낀 채 딸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그 뒤로 예은이 둘째 언니가 쓴 '엄마 힘내세요'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제공
예은이 어머니 김혜숙씨가 마스크를 낀 채 딸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그 뒤로 예은이 둘째 언니가 쓴 '엄마 힘내세요'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제공

2013년 11월 생후 3개월이었던 예은이는 급성심근염 수술을 받았다. 감기 증상이 오래 간다 싶어 기침약을 먹였는데도 낫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닌 끝에 모세기관지염에 의한 급성심근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예은이는 몸 상태가 악화돼 심폐소생술까지 받아야 했고, 부랴부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을 땐 심장이 10%도 기능하지 못했다.

“새벽 1시에 인공심장기를 다는 수술을 하고, 피가 굳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썼는데 몸의 온갖 구멍으로 피가 터져 나왔어요. 이미 폐와 심장이 다 망가져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습니다.”

예은이의 어머니 김혜숙(43)씨는 어떻게든 치료를 더 받게 하고 싶었지만 병원에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두 달만에 퇴원을 권유했다. 수술 후 뇌 손상을 입은 예은이는 한창 재롱 피울 세 살이지만, 숨 쉬는 것조차 버겁게 온종일 누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차상위계층인 예은이 가정은 의료비 지원과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입원ㆍ수술비 등으로 200만원 정도만 부담했지만 문제는 퇴원 이후였다. 다섯 식구 생활비에 예은이 재활 치료 비용까지 더해 빚이 3,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예은이도 수시로 열이 오르고, 자주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도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교대로 24시간 간호에 매달리고 있다.

대구의 방 두 칸 짜리 연립주택에 사는 예은이 가족은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양육수당, 사회복지사인 어머니 김씨가 받는 육아휴직 급여를 합쳐 월 수입이 100만원 정도다. 예은이는 통증이 심해 일주일에 두 번씩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사설기관에서 신체 교정도 받아야 하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다 아동지원 민간단체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올해 초 긴급지원한 400여만원은 예은이 가족에게 큰 힘이 됐다. 이 돈은 뇌염으로 1년 가까이 의식 불명 상태로 투명하다 지난해 15년의 삶을 마감한 김은정(가명)양의 아버지가 아픈 아이들을 위해 쓰고 싶다고 기탁한 것이었다. 아버지 김씨 역시 밀린 병원비 6,200만원 때문에 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다가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긴급 지원을 받았었다.

뒤늦게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딸이 가입돼 있던 보험을 통해 장례비용을 해결한 김씨는 지원받은 900여만원을 다시 내놓았고, 이 돈으로 예은이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 1명이 혜택을 받게 됐다.

예은이는 이 돈으로 섭식연하장애 치료와 두개천골요법 등 많은 비용이 드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치료를 통해 예은이는 혀의 움직임을 교정해 인지 상태가 호전됐다. 눈도 뜨고, 팔과 머리를 조금씩 움직일 정도가 됐다. 예은이 어머니 김씨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희망을 쓰고 있다”며 “예은이의 상태가 나아져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장애인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예은이 가정처럼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소셜펀딩(휴대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개인들의 소액 모금)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은이와 김은정양에게 도움을 준 부스러기사랑나눔회도 이 같은 소셜펀딩으로 이웃 돕기에 참여하고 있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 같은 소규모 기부단체들은 비교적 적은 액수를 한달 정도의 단기간에 모금해 신속한 지원을 하는 게 강점이다.

박재희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온라인모금팀장은 “후원금 목표가 지나치게 높으면 기부자들이 오히려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에 긴급모금의 경우 당장 필요한 항목을 게시해 단기간 모금으로 일차 지원을 하고 이후 결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13만여건에 총 25억원을 기부했는데, 저소득 가정들이 주로 이용하는 그룹홈이나 복지관 7,000곳과 연계해 수시로 위급 사례를 접수 받아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을 후원하고 있다.

예은이도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온라인 모금사이트 드림풀(www.dreamfull.or.kr)을 통해 모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목표액 470만원에 한참 모자란 89만원 정도만 모인 상황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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