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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기분 안나"… 주유소도 중고차 수출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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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기분 안나"… 주유소도 중고차 수출도 울상

입력
2015.0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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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름 판매량 2.1% 감소, 출혈 경쟁에 휴·폐업 693곳 달해

중고차는 라이벌 日 환율 역풍에 수출 물량도 줄어 도산 위기로

수도권에서 주유소를 운영 중인 김 모씨는 민족 최대 명절 설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어려운 경영 탓에 3년 전과 비교해 직원을 절반 이상 줄였지만 추가 감원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8명 직원 가운데 일부를 줄이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저유가여서 유류 판매가 늘 것 같지만, 오히려 매출은 줄고 업체끼리 단 몇 원 때문에 출혈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주유소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 씨의 주유소 뿐 아니라 요즘 대부분의 주유소들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최근 많은 업주들이 주유소 문을 닫고 대기업 가전 매장이나 패스트푸드 회사에 임대를 하는 업종 전환 중”이라며 “심한 경우 철거비, 토양오염정화비 등 수 억 원의 비용이 없어 폐업조차 못하는 곳도 많다”고 덧붙였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약 700개의 주유소가 휴ㆍ폐업 위기로 내몰리는 등 주유소들이 유례없는 불황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주유소는 244곳, 휴업 중인 곳은 449곳에 이른다.

주유소들의 위기는 줄어든 기름 판매 탓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1만2,000여 개 주유소가 지난해 판매한 기름양은 3,141만㎘로 2013년 3,211만㎘ 보다 2.1% 줄었다. 특히 ℓ당 휘발유 평균 값이 지난해 1월 1,886원에서 지난해 말 1,652원까지 급락했지만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

오히려 주유소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카드 매출은 지난해 47조2,900억원으로 전년(48조7,500억원) 대비 3% 줄어들었다. 문영식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수송 에너지 수요가 포화 상태이며 동절기에는 이동량이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설이 즐겁지 않기는 중고차 수출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수출 물량이 줄어드는데다 달러 대비 원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강력한 경쟁상대인 일본산 중고차는 엔저 효과로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중고차수출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수출 대수는 24만1,910대로 전년 대비 21.3% 줄었다. 이는 2013년 감소율인 17.7%를 뛰어넘는 수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한국산 중고차의 대당 수출 가격은 4,830달러로 2008년 4,450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윤두진 수출조합 회장은 “러시아, 리비아, 요르단 등 주요 수출국 환율이 오르고 현지 바이어의 이윤이 줄다 보니 결국 수출 가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반면 경쟁국 일본은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산 중고차 수출은 엔저를 등에 업고 물량이 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중고차 수출은 128만710대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대당 수출 가격도 58만9,400엔으로 전년 보다 7.3%에 증가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원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영세 중고차 업체들이 도산 위기를 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윤 회장은 “대기업에 비해 환율 변동에 크게 흔들리는 영세 중고차 수출 업체들은 3년 전과 비교해 업체 수가 3분의 1이상 줄었다”며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전했다.

경기를 불황이라고 여기는 것은 비단 기업들 만이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체감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93.9%가 현재 경기 상황을 침체를 넘어 불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기가 어려운 이유를 체감 물가 상승(23.8%), 소득 감소(20.1%), 가계 부채(13.4%) 등을 주요 이유로 꼽았는데, 응답자의 10명 중 8명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1.3%보다 더 높다고 했다. 가계 소비는 절반 이상(51.5%)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장기 경제 불황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가계 소비지출이 줄 것으로 예상하는 등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며 “현재 경기 상황에 따른 고충 요인들을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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