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느릅나무 회계법인 압수수색
경공모 출신 회계사가 ‘셀프 회계’
드루킹 금융거래 내역도 확보
탈세ㆍ횡령 가능성에 주목
경공모 “비누, 유산균 등 팔아
월 1억~2억원 수입 올렸다”
작년 대선때 경공모 계좌 8억 입금
드루킹 등에 2억5000만원 흘러가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가 대표로 있는 느릅나무 출판사 회계 관련 자료와 사건 관계자 금융계좌 내역 확보에 나서는 등 자금 흐름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회계자료 삭제, ‘셀프 회계’ 등이 드러나면서 김씨가 운영하는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의 자금 축적 과정과 정치자금 지원 등 사용처에 대한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은 경공모 자금 출처와 사용처 등을 파악하기 위해 24일 느릅나무 출판사 세무 업무를 담당한 서울 강남의 한 회계법인과 파주세무서를 압수수색해 출판사 회계장부와 세무서 신고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와 별도로 금융기관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김씨와 경공모 핵심인사들의 금융거래 내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인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강의료를 받고 비누를 판매하는 등 수익 사업을 벌이면서도 사업자 등록조차 하지 않았고, 2016년 7월부터 회계 내역을 매일 삭제해온 데 주목하고 있다. 탈세 목적과 함께 자금 사용처를 은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공모에서 회계 업무를 맡았던 김모(49ㆍ필명 파로스)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드루킹 지시에 따라 금전출납부와 일계표를 매일 엑셀파일로 작성해 회계법인에 보내고서 파일은 즉시 삭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느릅나무출판사 담당 회계사마저도 경공모 회원으로 드러나 회계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공모와 느릅나무 출판사 간 불분명한 경계도 탈세나 횡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파로스는 느릅나무가 온라인 쇼핑몰 ‘플로랄맘’을 통해 비누 등을 판매했지만 수익이 많지 않았고, 경공모 돈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공모 인터넷 카페 회원이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일하는 등 두 조직이 사실상 하나로 움직인 정황도 포착돼 두 회사의 자금 사용 내역이 구분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드루킹은 한 강연자료에서 연간 예산이 11억원이라 밝혔고,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경공모 한 회원은 “물품 다단계 사업으로 월 1억~2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비누ㆍ주방용품 제조업체인 플로랄맘을 통해 비누, 유산균 등 물품을 회원등급이 높을수록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더 많은 물건을 팔거나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해 올수록 카페 회원 등급을 올려주는 물품다단계 판매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문제는 정확한 자금조성 규모와 이렇게 모은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일이다. 드루킹 일당은 대선, 총선에 개입하면서 수백만원씩 쓴 흔적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지난 19대 대선 직후엔 김경수 의원 보좌관에게 500만원을, 2016년 20대 총선에선 노회찬 선거캠프 운동원에게 200만원을 준 사실이 포착됐지만 합법적인 후원금을 포함해 드러나지 않은 정치자금 사용처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5월 대선 때 경공모 4개 은행계좌를 추적한 결과 8억원이 입금되고 이 가운데 2억5,000만원이 드루킹 계좌 등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 검찰에 수사 의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 회원들도 “드루킹은 정치인에게 돈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인에게 돈을 준다”고 말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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