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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제주의 특급 경관...한라산의 마른 폭포들

입력
2016.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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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다. 여행이 대부분 그렇지만, 관광에 나섰다가 비가 많이 내리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자연 풍광 위주의 관광지일수록 더욱 그렇다. 제주는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육지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 장마철 제주 관광이 망설여지는 이유다.

영실계곡 바위를 흘러내리는 폭포
영실계곡 바위를 흘러내리는 폭포

그런데 몇 해 전부터 비가 오는 날씨를 기다리는 제주 관광객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귀포에 위치한 엉또폭포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이제껏 제주의 폭포는 서귀포의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가 전부였다. 여기에 엉또폭포가 새롭게 가세했다. TV 예능프로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더니 요즘엔 비가 내린 직후에 관광객들로 미어터진다. 급기야 행정당국에서 진입로와 전망대까지 만들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제주에는 강이 없다. 대신에 내 혹은 ‘내창’이라 불리는 하천이 있을 뿐이다. 거의 모든 하천이 건천(乾川)으로 평상시에는 물이 전혀 없다가 폭우에만 흘러 넘친다. 제주에서는 이를 ‘내 터진다’라고 표현한다. 제주엔 곳곳에 용천수와 소(沼)가 있어 사람들이 모여 들어 마을을 이루는 기준일 뿐만 아니라 마을과 마을 사이의 경계가 되기도 한다.

제주도에는 크고 작은 60개의 지방 2급 하천이 있는데 이 중 22개가 백록담을 기준 남쪽으로, 26개는 북쪽으로 흐르고 있다. 대표적인 하천으로는 북쪽의 한천과 외도천, 남쪽의 효돈천과 강정천 등이 있다.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으로는 제주도 최장을 자랑하는 천미천이, 서쪽에는 창고천이 있다. 백록담을 기준으로 보면 북벽에서 발원하는 하천이 탐라계곡의 한천이고, 서북벽에서 발원하는 하천이 Y자계곡 혹은 광령계곡을 이루는 외도천이다. 백록담 서쪽 외곽도 하천의 발원지인데 이곳에서 남쪽으로 돌아 흐르는 하천이 산벌른내라고도 부르는 효돈천이다. 강정천은 영실계곡에서 시작된다.

산벌른내
산벌른내
수악계곡
수악계곡
진달래소
진달래소
천미천 계곡
천미천 계곡
영주계곡
영주계곡
엉또폭포
엉또폭포
영구비폭포
영구비폭포
보광천
보광천

한라산의 하천은 백록담을 정점으로 방사상 수계를 이룬다. 제주도 지형은 백록담을 기준으로 동서 사면은 넓은 용암대지가 발달해 물길이 빈약하고 남북 사면은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하천도 발달해 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2,000m에 육박하는 한라산에서 모든 물줄기가 시작되기에 제주의 하천은 골짜기가 깊을 뿐만 아니라 절벽들도 많다. 하천이 범람할 때 이런 지형에서 폭포수를 볼 수 있다. 하천 절벽은 용암이 흐른 시기가 다르거나 수직절리 등에 의해 만들어졌다.

하천마다 수많은 절벽들이 있어 물이 넘치면 폭포수를 이루는 곳도 그만큼 많다. 대표적으로 한라산 영실의 절벽에서도 세 갈래의 폭포수를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곳곳에 이름 없는 폭포들이 짧은 시간 만들어졌다가 물이 빠지면 금세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상당수가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비경들이고, 비 오는 날만 볼 수 있는 제주의 특급 경관이다.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몰려들면 훼손도 불가피하다. 무궁무진한 자원을 보유한 제주도를 자랑하고 싶으면서도 반면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정효 (사)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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