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홍모(40)씨에게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정당하다며 홍씨측의 재항고를 기각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북한 보위부 소속 공작원으로 알려진 홍씨는 지난해 6월 중국에서 탈북 브로커 납치를 시도하고 같은 해 8월 국내로 잠입해 탈북자 동향 등을 탐지한 혐의(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ㆍ간첩ㆍ특수잠입)로 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김우수)는 홍씨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였다가 이를 뒤집어 지난 6월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을 내렸다. “배심원의 언론기사 접촉ㆍ노출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예단ㆍ선입견 형성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국민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검찰과 홍씨 측은 “국가안보와 밀접한 사실이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 “(국정원 직원 등) 가명처리를 통해 보호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맞섰다.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간첩 혐의자여서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형사법) 교수는 “국가보안법 자체가 존폐 논란을 빚고 있고, 최근 ‘서울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등으로 정보기관의 수사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간첩 혐의자의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해 사법부의 결정권을 남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정보기관이나 검찰의 반발로 재판부가 결정을 뒤집은 정황까지 있다면 판사들 스스로 재판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행‘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판사가 검사, 피고인ㆍ변호사와 상의한 뒤 배심원에 대한 위해 우려, 공범인 피고인의 기피,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반대 등 3가지 이유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허용하도록 돼 있으나 ‘그 밖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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