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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3테이블… 카공족의 카페 땅따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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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3테이블… 카공족의 카페 땅따먹기

입력
2017.04.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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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용, 소지품용, 공부용…

한 명이 탁자 여러개 붙여 독차지

출근하듯 아침부터 자리잡고

학원 강의시간엔 옷ㆍ가방으로 찜

소규모 카페는 매출타격 하소연

1인용 탁자 전용좌석 갖추기도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대학생 이모(26)씨는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서울 관악구의 집 앞 대형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잠도 채 달아나지 않은 시각, 잰 걸음으로 카페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매장에 몇 없는) 4인용 탁자를 사수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노트북, 수험서, 전공서적을 모두 꺼내두고 커피와 간단한 식사까지 올려두기에는 2인용 탁자가 비좁다”며 “장시간 있으려면 콘센트도 두 개(노트북용, 휴대폰용) 필요해 4인용 탁자에 앉아야 하는데, 조금만 늦어도 자리가 없어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카페가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생 등 젊은이들의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563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5명 가운데 2명(41.0%)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이라 생각한다’고 답했을 정도다. 카공족이 증가하는 만큼, 이씨처럼 ‘짐이 많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여러 탁자를 독차지한 채 장시간 머무르는 이들을 보면서 “카페에서 땅 따먹기 하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늘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도심 번화가(신촌 명동 숙명여대)에 위치한 대형 커피전문점 6곳을 둘러보니, 최대 6석까지 홀로 차지한 카공족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명동역(지하철4호선) 근처 한 카페에서는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3개의 탁자를 하나로 모아놓고는 커피를 올려두는 용도, 소지품을 올려두는 용도, 공부하는 용도로 각각 나눠 쓰고 있었다. 10명에 9명 정도가 중간고사 공부를 하고 있던 신촌역(2호선) 인근 카페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매장 2층에 80석(30개 탁자)이 마련돼 있었지만, 전체 탁자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겨우 27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자리 맡기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주말마다 카페에서 영어공부를 한다는 직장인 정모(28)씨는 “옆자리에 누가 앉으면 집중이 안 돼 (주변 자리에 못 앉게) 옷이나 가방을 옆 좌석에 올려둔다”고 했다. 토익학원이 밀집한 강남역에서는 학원 가기 전 카페에 미리 들러 가방이나 옷으로 자리를 맡아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카페 업주들은 이들 때문에 매출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카페들은 “이들이 다른 손님의 자리를 다 뺏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한 카페 운영자는 “주말에 4인석 탁자에 앉아 5, 6시간씩 머무는 모습을 보면 ‘시간제한을 둬야 하나’ 싶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일반 손님의 시선도 곱지 않다. 서울 강남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사람이 몰리는 점심시간에 여러 개 자리를 혼자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매너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카페들은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혼커존(혼자 커피 마시는 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콘센트를 구비한 1인용 탁자를 따로 두는 식이다. 아예 1, 2인용 좌석을 갖춘 ‘라이브러리 매장’을 전국적으로 70개 정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1, 2인용 좌석을 설치하면서 여러 개 탁자를 혼자 이용하는 고객들이 확실히 줄었고, (대형 탁자와) 멀찍이 떨어뜨려 놓으면서 방해 받기 싫어하는 카공족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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