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지분 유지 위한 고육책” 분석
英ㆍ佛 등 AIIB 가입도 결정적 영향
“환율 조작국, 중국에 면죄를 줬다”(밥 케이시 상원의원ㆍ민주), “환율 조작에 징벌을 가하기는커녕 상을 준 격이다.”(찰스 슈머 상원의원ㆍ민주).
지난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위안화를 기축통화 반열에 올려 놓은 결정을 내놓자 마자, 미 정치권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다른 곳도 아닌,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주도로 만든 IMF가 미국의 국제금융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편을 든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등 주요 대선후보들도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환율조작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IMF 결정을 묵인한 것이 대선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IMF의 맹주 미국이 이번 결정을 막아서지 않은 이유는 뭘까. IMF 본부가 위치한 워싱턴에서는 ‘미국이 막지 않은 게 아니라 막을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결정에서 미국은 사실상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을 저지할 수단도 없었다. IMF 관계자는 “이사회 결정은 중요성에 따라 ‘의결권의 50% 이상’부터 70%, 85% 등 세 단계로 충족 요건을 구분하는데, SDR 편입은 70% 의결권이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가진 지분율(17.4%)으로는 편입을 막기 역부족이었으며, 중국의 앙숙 일본(6.1%)이 가세해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영국, 프랑스 등 미국의 유럽 맹방이 올해 초 중국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한 것도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동맹국의 AIIB 가입 반대 정책을 추진했던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의 실패를 목격한 이후 중국의 실력에 걸맞는 위상을 인정하는 현실론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날 결정은 당분간 IMF 의결권을 조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IMF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회원국의 달라진 경제력을 반영하고 위기 대응 능력 확충을 위해 대규모 자본금 증액을 추진, 세부 계획안까지 마련했으나 미국 반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IMF의 개혁안대로라면 미국은 500억달러 이상을 추가 증자하면서도 지분율은 오히려 1%포인트나 낮아지게 된다.
IMF 고위 관계자는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미국 위상이 낮아지는 방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의회의 반대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동의한 개혁안을 밀어붙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2010년 마련된 개혁안의 조속한 이행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중국, 인도 등 비선진 회원국을 달래기 위해 결제의 완결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아직 기축통화 반열에 미치지 못하지만 위안화를 SDR에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한편에선 위안화 SDR 편입이 중국의 위상을 드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미국 주도 국제경제 질서에 편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며 미국의 노림수도 거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IMF에서 중국 담당 최고책임자로 근무했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위안화가 기축 통화가 되면 당장은 경제에 시장 원리를 더 도입하려는 중국정부의 개혁정책이 힘을 얻게 되겠지만,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그만큼 정부의 경제 장악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고, 급격한 외화 유출입으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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