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펜 등 제조 ‘화이트산업’
한ㆍ일 다이소 납품… 매출 두 배로
中企 기술력ㆍ유통 상생 이끌어
형광펜 등 문구류를 제조하는 한국화이트산업(이하 화이트산업)은 2012년 예기치 않은 공장 화재로 회사 문을 닫을 뻔했다. 납기 내에 제품을 생산 못 해 대부분 거래처가 계약을 끊었고, 회사 매출은 바닥을 쳤다.
장재희 화이트산업 대표는 19일 “공장을 재건해 제품을 다시 납품하는 데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거래처를 설득했지만 대다수는 다른 제조사를 찾아 떠났다”며 “당시 큰 거래처였던 다이소가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소가 화이트산업의 납품을 기다려주기로 하자 장 대표는 3개월간 공장에서 직원들과 먹고 자며 생산 현장을 복구했다. 생산 라인 10대를 다시 구축하고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자 떠났던 거래처도 하나둘 돌아왔다.
화이트산업은 원래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였지만 2011년 다이소와 인연을 맺은 뒤 ‘화이트맨’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사세를 키웠다. 특히 다이소를 통해 일본 수출길을 확보하면서 매출은 2011년 50억원에서 지난해 11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재 한국 다이소에 제품의 30%가량을 납품하고 있는 화이트산업은 다이소 관계사인 아성에이치엠피를 통해 일본 다이소에도 비슷한 규모의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량이 늘다 보니 지난해에는 ‘500만불 수출탑’도 수상했다.
장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 알기 어려운 해외 시장 정보를 다이소를 통해 얻게 되면서 수출 기반을 다지게 됐다”며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필요한 제품을 선제적으로 연구해 생산하니 수출 물량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화이트산업 같은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생산한 상품 매출의 전체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중소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다이소에 제품을 납품한 국내 중소 제조업체 수는 570여 곳에 달한다. 다이소와 거래하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업체당 연평균 거래금액도 2007년 1억 7,000만원에서 2015년 8억 8,000만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 다이소 관계자는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가격이 저렴함에도 뛰어난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기술력을 가진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주요 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이소와 거래하는 업체 중 약 60여 곳은 다이소를 통해 일본 균일가 시장에 진출하며 중소 제조업체로서는 드물게 수출의 기회도 얻고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중소 제조업체와 다이소의 협업은 유통과 제조의 바람직한 상생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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