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ㆍ비박, 방향은 제각각
새누리당 발(發) 정계개편론이 꿈틀거리고 있다. 당 지지율이 현 정부 들어 가장 바닥으로 주저앉으며 비박과 친박, 양대 계파 모두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전ㆍ현직 대표가 깃발을 들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사석은 물론 공식 인터뷰에서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재집권이 어렵다”며 연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헌의 방향도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권력 분산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정과 협치, 책임정치를 구현하기에 내각제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했었다.
김 전 대표의 구상은 결국 개헌을 전제로 한 세력 간 연대(정계개편), 이를 통한 정권 창출로 요약된다. 김 전 대표의 측근은 14일 “현 헌법 체제 하에서는 정계개편이 쉽지 않다”며 “개헌을 조건으로 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도 정계개편 구상을 구체적으로 내놓고 있다. 발언의 강도도 지난달 28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빅뱅 수준의 정계개편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던 데서 한층 세졌다. 이 대표는 12일 제주대 강연에서 “중도우파부터 보수까지 (연합해) 보수정당을, 진보좌파 등 급진세력은 진보정당을 만들어 경쟁해야 한다”며 “당장 내년 대선에서부터 이런 정계개편을 통한 정당의 이합집산이 이뤄지길 바라고 주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나아가 “호남, 충청, 영남이 주축이 돼 지역 대결 양상을 깨고 뭉친 정당”도 언급해 이념뿐 아니라 지역적 연대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새누리당 최초의 호남 출신 당 대표로서 연대의 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비박계와 친박계 양쪽에서 정계개편론이 흘러나오는 건 ‘이대로는 집권 불가능’이라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11~13일 성인 남녀 1,026명 대상ㆍ신뢰수준 95%±3.1%p)에서 새누리당은 28%의 지지율을 기록해 청와대와 동반 추락했다. 이미 새누리당은 4ㆍ13 총선에서 보수표의 이탈을 의석수로 확인한 터라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계개편의 방향은 계파별로 차이가 난다. 비박계는 중도지대와 손을 잡지 않고는 집권이 어렵다고 보고 ‘친박’과 ‘친문’이란 양 극단세력을 제외한 세력의 연대를 고민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반기문 모셔오기’라는 정치공학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평이다. 앞서 친박계 일각에선 ‘반기문 대통령, 친박계 국무총리’를 염두에 둔 이원집정부제 개헌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강조하는 지역 간 연대도 곧 ‘반기문 대망론’의 근거지인 충청과 친박계의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TK), 그리고 국민의당 등 야권 일부 호남세력 간의 이합집산으로 해석된다. 여권 관계자는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기댈 데라곤 반 총장밖에 없다”며 “반 총장만 데려오면 된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갖가지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며 “여권은 친박계 고립, 야권은 친문계 고립의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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