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성
논설실장

등록 : 2016.01.18 20:00
수정 : 2016.01.18 20:00

[이계성 칼럼] 북한 모델은 누가 만드나

등록 : 2016.01.18 20:00
수정 : 2016.01.18 20:00

핵과 경제 교환 성공한 이란 모델

5+1 국가들의 인내와 대화가 주효

北核 미ㆍ중 의지 한국이 끌어내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관련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된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간)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테헤란 AP=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 같은 취급을 받던 이란과 북한의 핵 명암이 새해 들어 극명하게 갈렸다. 이란은 지난해 7월 타결한‘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독일)과의 핵 협상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 엊그제 미국과 서방세계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났다.

당장 1,000억 달러(약 122 조원)에 달하는 해외 동결자산이 풀리고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수출, 외국인투자 급증 등으로 얻을 경제적 이익이 막대하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한 인구 8,000만의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단박에 중동지역의 패권국 자리까지 넘보게 됐다.

반면 북한은 새해 벽두 수소탄 실험이라는 4차 핵실험을 강행해 지구촌을 경악하게 만들면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고립의 심화를 자초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 정도가 관건이겠으나 한층 강화된 유엔안보리의 추가 제재는 시간문제다. 핵 능력 강화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얻는 이익이 없지야 않겠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비싸다. 애민을 앞세우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약속은 점점 더 지키기 어려워질 것이다.

김정은 정권을 향해 테헤란의 축제 분위기를 전하며 이란 모델을 따르라는 권유가 넘쳐난다. 그러나 김정은은 코 웃음을 치고 있을 게 분명하다. 과거에도 리비아 모델, 우크라이나 모델을 권유 받았지만 핵 포기 후 두 나라가 처한 상황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에 더욱 집착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핵무기 소형화에 운반수단까지 갖춘 핵 보유국임을 선언한 마당이다. 무기 급 고농축 우라늄 확보 단계였던 이란과는 전제부터가 다르다.

원유수출에 따른 경제의 대외의존도,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치체제 등 북한이 이란 모델을 따르기 어렵게 하는 여건 차이는 아주 많다. 미국 등 ‘5+1’국가들이 이란과의 협상에서 보여준 인내와 외교를 통한 해결 의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특히 미국은 자국 내 공화당 등 보수진영은 물론 맹방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반발에도 협상을 밀어붙이는 강단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 외에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미국의 대 중동지역 전략에서 이란의 비중이 커진 현실의 반영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이란 경제봉쇄 해제와 국제사회에 복귀에 대해 “대화와 인내심 있는 외교가 핵무기 비확산에 대처하는 최선의 길임을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북한의 핵 문제도 어렵지만 결국 인내심을 갖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상 군사적 행동이나 봉쇄를 통한 체제붕괴 시도는 막대한 후유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채택된 9ㆍ19 공동성명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의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과 핵 폐기를 맞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틀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1년 1개월 후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결행한 뒤 이번까지 4차례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이 성명을 철저히 유린했다. 미국은 그 책임을 북한의 최대 후원국인 중국에 지운다. 유류, 식량 공급 등 막대한 지렛대를 갖고도 이를 행사하지 않아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 중요 고비고비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보인 만큼의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폐기’(CVID)원칙에 집착한 나머지 유연성이 떨어졌다. 중국 견제에 북핵 갈등을 활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북 4차 핵실험 이후 미국 조야에서 한국 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주장이 높아지고도 있다.

조만간 유엔안보리의 보다 강화된 대북 결의가 채택된다 해도 북핵 문제의 결정적 해결책은 되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의 견제 탓도 있지만 안보리 제재가 북한 체제와 경제의 성격상 가하는 압력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손오공이 길들여졌듯이 빠져나갈 수 없는 강력한 틀 속에 북한을 참여시켜 변화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미ㆍ중 대결구도 속에서 북한 핵 해결 모델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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