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대규모 유통업체 합동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캐디·카트 선택제로 골프 대중화
민간기업 가을 휴가 시행 독려도
"소비 둔화 근본 원인 놔두고…"
단기적 대증요법 우려 목소리도
26일 정부가 내놓은 소비촉진 대책에는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와,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추진 등 꽉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방안이 여럿 포함됐다.
자동차 가격 얼마나 싸지나
정부가 이날 탄력세율 조정 제도를 통해 승용차에 붙는 개소세를 인하하기로 하면서 당장 27일부터 올 연말까지 승용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는 적잖은 가격 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됐다.
탄력세율은 경기조절이나 가격안정, 수급조정에 필요한 경우 개소세율을 3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이번 대책에 따라 승용차에 붙는 개소세는 5%에서 3.5%로 30% 한시 인하된다.
승용차 차량 가격 별로는 30만~60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수입신고가격이 불투명한 수입차는 세금 인하 분이 전액 가격 인하로 이어질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2012년 차량 개소세율 인하 당시 월 평균 차량 판매 대수는 1만4,000여대 늘어났었다.
개소세는 공장 출고나 수입 신고 당시에 붙는 세금으로 원칙대로라면 27일 이후 출고ㆍ수입된 승용차에 대해서만 세금이 인하된다. 하지만 제조ㆍ수입업체가 세무 당국에 재고 보유사실을 신고할 경우, 정부가 탄력세율 적용에 따른 세금 인하액을 사업자에게 환급ㆍ공제해주기로 함에 따라 재고 물품도 개소세 인하가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승용차 구입 계약을 한 시점이 27일에서 올 연말 사이라고 해도 차량의 출고나 수입 시점이 2016년 이후라면 세금 인하 혜택을 볼 수 없어 이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좋다.
아울러 정부는 소비전력이 일정 기준 이상인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TV 등 대용량 가전제품과 녹용 로열젤리 향수에 대한 개소세율도 27일부터 올 연말까지 30% 낮추기로 했다. 다만 내년 1월1일부터 이들 제품에 붙는 개소세가 완전히 없어지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내년에 구입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정부는 시계나 가방 가구 카메라 등에 붙는 개소세 기준가격 인상(200만→500만원)의 시행 시점도 27일로 앞당겼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골프장 캐디 선택제도 도입
정부는 10월 중 2주 동안 미국의 연말 세일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슷한 ‘유통업체 대규모 합동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지난 14일부터 내달 31일까지 294개 업체, 3만1,963개 업소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되고 있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의 할인 대상에 내국인도 포함될 수 있도록 유통업체를 설득하기로 했다.
내달 12~21일 전국 300여개 나들가게에서는 라면 과자 음료 등 공산품과 정육, 채소 등 품목에 대해 최대 50%까지 세일하는 ‘나들가게 그랜드 세일’이 열린다. 또 9월 추석명절과 11월 김장철에 전국 300개 전통시장이 참가하는 ‘전통시장 그랜드 세일’ 행사도 개최한다.
골프 대중화를 위해 캐디ㆍ카트 선택제 골프장을 올해 말까지 100개소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4만~5만원의 이용료 인하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남여주CC등 조성비법인(회원제골프장이 의무 예치한 자금으로 만든 대중골프장 운영법인) 골프장 4곳의 주말 그린피를 12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하한다. 골프장 입장 후 기상 악화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경기가 중간에 종료될 경우, 기존에 구간별로 정산했던 이용요금을 홀별로 세분화 해 정산토록 골프장 표준약관도 개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밖에도 추석 연휴(내달 26~29일) 기간 동안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가을 휴가를 적극 독려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적잖은 소비 진작 효과가 생겼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의 연가보상비를 내달 말 조기 지급해 가을휴가 비용으로 쓸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민간 기업에도 가을휴가 실시 적극 동참을 독려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고령층 소비 촉진을 위한 주택연금 가입 활성화 대책도 나왔다. 주택연금은 지금까지 주택소유자가 60세 이상이어야 가입할 수 있었는데 정부는 앞으로 부부 둘 중 한 명만 60세를 넘어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법을 바꿀 예정이다. 또 주택연금 대상 주택(9억원 이하)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하고, 주택가격 한도 폐지도 추진한다. 주택연금 가입자 재산세 감면 일몰 기한도 올해 말에서 2018년 말까지로 연장한다.
‘대증요법 불과’ 우려도
정부의 이번 소비 진작 대책은 가계의 지갑을 채우는 것보다는 지갑을 여는 데 집중돼 있다. 가계소득 저하, 가계부채 급등, 고령화 등 소비심리 둔화의 근본 원인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메르스 여파 등을 감안하면 단기적 대응책의 필요성엔 공감한다”면서도 “정부는 추후에라도 가계부채 축소와 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급등, 노후 대책 문제 등에 대한 구조적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으로 정부 세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승용차 개소세 인하 등에 따라 올해 세수가 1,200억~1,3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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