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178조원 투자해 자급률 70%로”
메모리 반도체 진출 염두 주목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촉각
“인력 유출ㆍ대형 M&A 등 우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우뚝 일어섬)가 점점 가속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4년 6월 ‘국가집적회로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1년간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액은 최소 7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라인 투자액(15조6,000억원)의 5배다. 반도체에서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될 준비를 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22일 반도체ㆍ전자 전문 시장조사기관 넷트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대만 반도체 업체 UMC가 중국 푸젠성 샤먼에 62억달러(약 7조900억원)를 투자해 12인치 웨이퍼(반도체 재료)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 올해 3월까지 중국에선 모두 7건의 대형 반도체 투자 계획이 공표됐다. 대만의 반도체 업체 파워칩도 135억달러(약 15조4,300억원)를 투입, 저장성 허페이에 12인치 웨이퍼와 LCD 드라이브칩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이들 기업은 웨이퍼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주목된다. 후베이성 정부가 설립한 XMC는 우한에 3D(3차원) 낸드플래시(비휘발성 메모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240억달러(27조4,300억원)다. 칭화유니그룹도 광둥성 선전에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는다.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칭화유니가 ‘중국 반도체 굴기의 몸통’으로 불리는 만큼 XMC보다 작지 않은 투자를 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이 이렇게 대대적으로 들어서는 이유는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내수시장 규모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36%인 1,035억달러(118조3,00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은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0년간 1조위안(178조원)을 투자해 현재 20%도 안 되는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의 전체 수입품목 중 반도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통신ㆍ전자기기 제조물량이 늘어나며 반도체 소모량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거대한 반도체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은 메모리도 생산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 초보 단계지만 언젠가는 국내 기업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을 빼내가거나 선진국 반도체 기업을 인수합병(M&A)해 기술력 격차를 단숨에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가정 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같은 울타리의 시장에서 놀게 되면 승산이 없다”며 “우리 업체들이 차세대 메모리를 지속적으로 개발, 상위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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