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문제를 놓고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물론 노동계와 재계가 맞서는 데다 심지어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어 긴장이 커지는 양상이다. ‘장시간 노동 근절’이라는 당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휴일 할증수당 문제로 변질된 것도 우려된다.
당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3당 간사는 지난달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되, 휴일 근무 시 휴일근로 할증(50%)과 연장근로 할증(50%) 중 하나만 인정해 150%의 임금을 주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최근 법원에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만큼 하루 통상임금의 150%가 아닌 200%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잇따르는 점을 들어 중복할증을 인정해 200%를 줘야 한다고 반발했다. 재계 내부에서도 업종과 사업장 규모별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의는 잠정 합의안을 수용해 입법을 서두르자는 입장이지만,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영세사업장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단기간에 의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잠정합의안대로 처리할 것을 당부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대통령의 국정과제이므로 일단 낮은 수준이라도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접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견해가 다르니 야당이나 노동계, 재계와 제대로 논의를 하기조차 어렵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법원 판결이나 장시간 노동억제라는 취지에 비춰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많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에 휴일 중복할증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대전제하에서 주고받는 몫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최선이다. 가령 중복할증을 원칙으로 하되 기업규모별 단계적 적용 등의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그러려면 먼저 여권부터 서둘러 교통정리를 하는 게 순리다. 당사자 간 의견차이가 커서 조율이 어려울 경우 충분히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방법이다. 내년 3월 대법원 판결이 예정돼 있으니 굳이 밀어붙이지 말고 시간적 여유를 갖자는 견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복잡한 사안일수록 졸속 해결보다는 갈등 최소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게 지난 경험에서 비롯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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