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ㆍ취미ㆍ성격 종합해 상대 추천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20여개
美 이어 獨·佛 업체 상륙 채비
“스마트폰으로 인생 동반자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죠.”
지난 달 결혼한 회사원 조모(33)씨는 지난해 여름 남편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조씨는 두 살 연상인 남편을 ‘소셜데이팅’으로 불리는 소개팅 앱으로 만났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초 친구로부터 소개팅 앱을 들었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그는 “과연 믿을만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내 신상 정보만 인터넷에 떠돌게 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며 “가입 후 일주일 정도 지켜만 보다가 남성 회원들의 진중한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남편과 교제를 시작하면서부터 소셜데이팅 앱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었다. 생활 방식도, 인연이 될만한 공통점도 전혀 없지만 놀라우리만큼 가치관이 비슷한 남편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소셜데이팅 앱의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믿는다. 이 앱의 알고리즘은 회원의 프로필, 가치관, 취미, 성격 등을 종합해 적합한 상대를 추천한다.
그는 남편과의 첫 대면 때 외모를 꾸밀 줄 모르는 첫인상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이미 채팅을 통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인생관에 공감한 상태여서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지인의 사전 소개를 바탕으로 상대를 판단하게 되는 소개팅과 달리 서로 편견 없이 상대를 바라보게 된다”고 했다.
사실 조씨는 남편을 만나기 전 소개팅 앱의 부작용도 경험했다. 신원 인증 절차가 꽤 까다로운 소개팅 앱을 이용했는데, 오래 전 사진을 자기 소개란에 올려 놓은 남성 회원을 만나 외모에 적잖이 실망했었다. “소개팅 앱 가입자 중 소위 ‘가벼운 만남’을 원하는 속물들도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새로운 도구가 등장했을 때 용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용자 스스로의 몫인 것 같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결혼 전 양가 상견례를 앞두고 앱으로 만난 남자친구라는 설명에 펄쩍 뛰던 부모도 남편을 만나본 후 흔쾌히 새로운 데이트 문화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앱을 통해 이성 간 만남을 연결하는 소셜데이팅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셜데이팅 업체는 120여개에 달하며 시장 규모는 최대 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업체 ‘이음’이 처음으로 모바일 데이팅 앱 서비스를 선보인 게 불과 5년 전이지만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도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2012년 등장해 미국의 대표적인 소셜데이팅 업체로 성장한 틴더가 한국 진출 6개월을 맞은 데 이어 독일의 스포티드, 프랑스의 해픈 등 글로벌 소셜데이팅 업체들이 줄줄이 한국 시장 본격 공략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비스월드는 미국 소셜데이팅 시장 규모가 24억 달러(약 2조 8,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망했다. 모바일 큐피드 시대가 도래하는 분위기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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