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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뒤덮은 ‘겨울 스모그’… 중국은 민심 폭발 직전

입력
2017.01.0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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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스모그가 짙게 깔린 인도 뉴델리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스모그가 짙게 깔린 인도 뉴델리의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력발전 주력 개도국은 물론

디젤차 오염에 선진국도 몸살

WHO “年700만명 스모그로 사망”

파리ㆍ런던시 등 대책 마련 부심

새해 벽두부터 전 세계가 ‘겨울 스모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최악의 스모그가 덮친 중국에서는 민심이 폭발 직전에까지 이르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겨울 하늘은 대개 짙은 연기에 가려 있다. 하지만 뉴델리 인구 2,500만명 중 태반이 방진마스크를 쓰거나 집에 공기청정기를 집에 설치할 형편이 안되는 게 현실이다. 뉴델리에서만 대기오염으로 매년 3만명이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택시기사 비카스 자다브씨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택시에 창문조차 없어 매일 옆 차량이 내뿜는 매연을 마시며 일한다”며 “10년 전에 뉴델리에 왔는데 해마다 기침이 심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90%가 대기오염에 노출돼 있고, 연간 700만명이 스모그로 인해 사망한다. 대기오염물질이 심장과 폐를 손상시켜 심혈관계와 호흡계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발생한 연기와 안개가 뒤섞여 대기가 뿌옇게 나타나는 스모그 현상은 이제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스모그는 온도가 낮아지고 풍속이 떨어져 움직임이 둔해진 대기에 오염물질이 뒤섞이는 겨울철에 특히 심해진다. 또 뉴델리나 베이징 같은 개발도상국 대도시에서 두드러진다. 도시가 팽창하면서 필요한 전력을 값싼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로 대응한 후과다. 여기에 쉴 새 없이 늘어나는 공장과 차량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대도시들도 스모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12월 파리에는 최근 10년간 가장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해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파리시청 측은 당시 대기오염 수준에 대해 “20㎡짜리 방 안에서 하루 동안 담배 여덟 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선진국 대도시들은 개도국 도시들과 달리 기후변화 관련 규제가 엄격하지만 스모그를 막지는 못하고 있는데 디젤엔진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디젤차량은 휘발유차량보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알려져 최근 각광받기 시작했지만 정작 신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오염물질 배출량은 더 많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시민단체 ‘클린 에어 인 런던’의 설립자 사이먼 버킷은 “런던 중심가로 가면 실제로 오염된 대기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취임한 사디크 칸 런던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런던의 대기오염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칸 시장은 취임 후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한다는 장기계획 하에 수천대에 이르는 런던 버스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기 시작했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디젤차량에는 일괄적으로 15달러를 부과하는 규정도 도입했다.

파리시는 오염이 극심할 경우 대중교통을 일시 무료화하는 한편 공공 대여 자전거 ‘벨리브’와 공공 대여 전기차량 ‘오토리브’도 무료로 공개했다. 파리시는 이미 승용차주와 트럭, 택시운전사가 디젤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특별지원금 1만유로를 지급하고 있다. 1월부터는 전기스쿠터 구매자에게도 1,000유로가 지급된다.

대기오염 규제 미온적 中 당국엔

시민뿐 아니라 관영 언론도 분노

이에 비해 개발도상국은 대기오염 규제에 미온적이다.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면 값싼 화석연료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베이징이 겪는 스모그는 경제사회 발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특성상 그간 심각한 스모그 상황에서도 좀처럼 정부 비난을 자제해온 중국에서도 이번엔 민심이 들끓고 있다.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 등에선 정부의 직무유기를 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민들은 “지금 스모그는 따뜻한 물에 개구리를 넣어 삶아죽이는 것과 같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스모그를 만든 이들은 계산을 치르지 않는데 일반 서민들은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사는데 큰 돈을 쓰고 있다”고 개탄했다.

한 네티즌이 쓴 “개혁개방 30년의 대가가 소득보다 크고 후손들의 생존권을 희생하는 것이라면 때려죽여도 ‘위대한 성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글은 조회수 수백만명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지만 몇 시간 지나 삭제되기도 했다. 6일에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조차 “스모그에 지친 중국인들이 이제는 좌절과 공포, 분노를 느끼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지난 5일 ‘스모그를 뚫고 달려온 고속철’이란 제목으로 웨이보에 올라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사진. 웨이보
지난 5일 ‘스모그를 뚫고 달려온 고속철’이란 제목으로 웨이보에 올라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 사진.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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