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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치맥’한 반기문 “당 없어 손으로 땅 긁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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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치맥’한 반기문 “당 없어 손으로 땅 긁는 심정”

입력
2017.01.1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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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 여부, 설 이후 가닥… 결국 정당과 함께해야”

“새누리당 멀쩡했으면 들어갔겠지만…” 부정적

“대선 전 개헌 어려워… 차기 대통령이 주도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부산 국제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부산 국제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설 이후 입당 여부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치 일정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부산 방문 이후 경남 김해에서 기자들과 ‘치맥’(치킨에 맥주) 간담회를 갖고 “종국적으로는 어느 쪽이든 정당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이어 “나는 지금 당이 없어서 손으로 땅을 긁는 심정”이라며 “지금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 중에 당이 없었던 사람이 없었다”고 정당 조직의 필요성을 밝혔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피고용자 입장이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차와 사무실을 지원해줬는데, 이제는 차도 두 대나 사고 운전수와 비서도 고용하고 사무실도 내 돈으로 직접 얻었다”며 “꼭 돈 때문에 당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당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당을 만들 의향에 대해선 “(주변에서) 신당을 창당하라고 하는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새누리당이 멀쩡했으면 들어가서 경쟁도 했을 텐데, 지금은 당도 쪼개지고 그럴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개헌에 대한 입장도 보다 구체화했다. 그는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주도해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선거에서 떨어진다”며 사실상 중대선거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개헌과 관련 정치개혁 차원의 원론적인 찬성 입장만 거듭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재차 부인했다. 반 전 총장은 “대통령이 되더라도 박 전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나는 그날로 대통령을 그만 둘 생각이 있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논란이 있을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대권 도전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서도 “처음엔 유엔 사무총장 연임에만 관심이 있었고 이후에도 딱히 국내 정치할 생각이 없어서 여론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최순실 사태와 탄핵 이후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이게 운명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해=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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