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금리 인상 땐
신흥국 급격한 자본 이탈로
글로벌 시장 일대충격 불가피
이달 금리 동결 땐
"불확실성 연장… 시장엔 악재"
연내 인상 여부로 관심 옮겨가
옐런 공언… 해 넘기진 않을 듯
세계 경제 초미의 관심사인 미국 기준금리 향방을 판가름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16일(현지시간) 이틀 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FOMC는 17일 오후2시(한국시간 18일 오전3시) 성명을 통해 10년 동안 고수해온 제로 수준(0~0.25%) 기준금리의 인상 여부와 더불어 향후 미국 거시경제 지표(성장률, 실업률, 물가) 및 중장기 금리수준 전망치를 발표한다. 성명 발표 직후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중국 증시 폭락 여파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FOMC의 결정을 기다리며 폭풍전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FOMC 회의 결과에 따른 상황 변화를 예측하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일단 금리를 올린 뒤엔 추가 금리인상이나 자산(채권)매각 속도를 늦추며 통화긴축 강도를 완화할 것이란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한때 시장 대세론이었던 9월 미국 금리인상설은 지난달 중국발 증시 급락 사태를 거치며 약화되는 분위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미국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이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28%로 낮게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FOMC 회의 첫날인 16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및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것도 연준의 금리동결 가능성을 점치는 시장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① : 미국 기준금리 인상
FOMC가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다면 시장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등 다른 신흥국과의 차별성이 부각된 우리나라의 경우엔 더욱 호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환율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신흥국 주식 매수 움직임이 재개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통화긴축을 극복할 만큼 건강하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플로리안 렐포 유니제스천 리서치헤드)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은 달러 강세 및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져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에 불가피하게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은 장기 강세장에 따른 주가부담, 신흥국은 기대수익률 저하로 인해 주가 등 자산가격 하락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신흥국 통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중국 영향을 크게 받는 아시아 신흥국이나 원자재 가격 하락의 타격이 심한 자원수출국에서 특히 자본유출이 심화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이달 금리를 올리더라도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충분히 늦추거나, 인상폭을 통상적 수준(0.25%포인트)보다 적게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나리오② : 미국 기준금리 동결
시장이 상정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비록 미국 경기는 고용지표가 호전되면서 금리인상 요건이 무르익었지만, 연준이 중국 및 신흥국의 경기 불안을 좌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 그 근거다. 얀 헤치어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그때그때의 경기지표를 참조하며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강조해온 만큼 최근의 비관적 상황 변화를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FOMC가 실제 금리를 동결한다면 시장의 관심은 미국 금리의 연내 인상 여부로 옮겨갈 전망이다. 불확실성의 연장은 금융시장의 악재일 수밖에 없다. 씨티프리이빗뱅크의 스티븐 위에팅 수석 투자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금리가 언제 인상될지를 둘러싼 불확실한 상태가 길어지는 것이야말로 금융시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미국 금리인상 결정이 해를 넘긴다면 연준 통화정책 기조 변화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통화긴축을 미룰 경우 유럽ㆍ일본의 유동성 완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에 유동성 랠리 국면이 부활할 수 있다. 다만 옐런 의장 등 연준 수뇌부가 연내 금리인상을 공언한 터라 연준이 신뢰 저하를 무릅쓰고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 이후로 미룰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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