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페이스북 통해 연일 직격
“차라리 충직한 이정현 본받으라”
“친박 계파정치 복원하려는 의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17일 ‘친(親)박근혜’계 의원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틀 전에 ‘구(舊)보수주의 잔재’라고 비판한 데 이어 또다시 직격한 것이다. 당권 도전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가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며 친박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다음 선거 때 국민들이 반드시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며 “더 이상 이런 사람들이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라리 충직한 이정현 의원을 본받으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홍 전 지사는 친박계가 구태인 계파 정치를 다시 부활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올린 다른 글에서 “당이 비정상적인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파행 운영된 지 6개월이나 됐다”며 “이제 정상화돼야 하는데 구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 연장을 위해 집단지도 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또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 대표를 하나 앉혀놓고 계속 친박 계파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젠 당에서 없어진 친박 계파 정치를 극히 일부 친박 핵심들이 복원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친박계도 발끈했다.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국당 중진 의원 간담회에서 “그 동안 선거 하면서 보수에 힘을 실어달라 목 터져라 외쳤는데 바퀴벌레라 하는 게 제정신인가. 낮술 드셨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흥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 전 지사의 본격적 친박 성토는 15일부터다. 휴식차 도미한 지 사흘 만이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니 한국당 지지율이 13%대로 다시 폭락한 것을 봤다. 대선 때 치솟았던 지지율이 이렇게 폭락한 것은 대선 패배도 원인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당 쇄신이 되지 않아 아직도 우리 국민들이 한국당을 신(新)보수주의 정당이 아닌 실패한 구보수주의 정권 세력들의 연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연 그는 “구보수주의 잔재들이 설치는 당으로 방치하게 되면 한국 보수우파의 적통정당은 한국 정치판에서 사라지고 좌파들의 천국이 된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친박을 겨냥한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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