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소독제 뿌리고 마스크 받아가세요.”
13일 오전 9시 서울 내발산동 덕원중 앞. 서울시 공무원 시험이 시내 121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 이날, 시험 시작 1시간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속속 들어서자 강서구 보건소 직원들의 손길도 바빠졌다. 시험장 앞에 대기하던 보건소 직원들은 지나가는 수험생을 일일이 멈춰 세운 뒤 손에다 소독제를 뿌리고 마스크를 나눠줬다. 또 비접촉식 온도계로 이마의 체온을 쟀고, 카메라처럼 생긴 화상감지기를 설치해 이상 여부를 또 한 차례 확인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우려로 한때 일정 연기가 검토됐던 서울시 공무원 시험이 예정대로 치러지고 유례 없는 검사가 실시되자 시험장 앞은 공항출국장을 방불케 했다.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김모(27)씨는 “메르스가 하도 난리여서 친구랑 같이 마스크를 구매해 쓰고 왔다”며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지만 1년에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수험생은 메르스 관련 자가격리자에게 자택 시험 기회를 부여한 조치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모(25ㆍ여)씨는 “일반 시험장에서는 시험 시간이 종료되면 답안지에 손대지 못하게 하는데 집에서 시험을 보면 감독관들이 편의를 봐줄 것 같아 불공평하게 느껴진다”고 답했다.
이날 덕원중에서 체온이 37도 이상으로 측정된 수험생은 2,000여명 가운데 3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도 수온체온계를 통한 재측정에서 이상 증세가 발견되지 않았다. 노말선 강서구청 건강관리과장은 “제때 입실을 못할까 봐 급히 뛰어오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열이 발생한 수험생”이라며 “정밀측정 결과 모두 정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수험장에선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가 시험에 응시하려다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부산에 사는 수험생 A(27)씨는 시험 전날인 12일 오후 부산의 한 보건소로부터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임을 통보 받고도 서울시에 알리지 않고 시험을 치르려다 체온 측정에 걸려 급히 인근 보건소로 옮겨졌다. 응시가 불허된 A씨는 1차 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2차 검사를 위해 현재 음압시설이 있는 서울시내 한 병원에 격리돼 있는 상태다. A씨와 달리 자가격리 대상자 중 사전 신청을 한 수험생 3명은 감독관 2명과 간호사 1명, 경찰관 1명이 각각 입회한 가운데 자택에서 시험을 치렀다.
메르스 여파에도 이날 시험 응시율은 지난해(59.1%)보다 소폭 상승했다. 7ㆍ9급 2,284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 총 13만33명이 접수했고, 이 중 7만7,192명이 시험을 소화해 응시율은 59.4%를 기록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ilbo.com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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