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조 주려면 운송비 등 비용 8배 들어
사료로 쓰자니 “쌀 가치 추락” 농민들 반대
저소득층 무상 지원하면 구매 줄어 농민들에 피해
당정이 이번에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해제라는 논란의 카드를 꺼내 들게 된 데는 그만큼 다른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창고에 쌓여 있는 쌀을 대북지원이나 아프리카 등 해외 원조용으로 쓰자 거나, 밥만이 아니라 가축 사료용으로 사용하자는 제안, 또 남는 쌀을 저소득층을 위해 무상으로 나눠주자는 방안 등이 끊임없이 제시되지만, 정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쉽게 화답하지 못하고 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쌀 수급안정 당정간담회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아프리카 아이들 밥을 못 먹는데, 아프리카로 쌀을 좀 보내자”고 제안했다. 김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이런 답변과 달리 정부는 운송비와 가공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해외원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10만톤을 국제기구를 통해 해외원조를 한다면 쌀값을 제외하더라도 작업비와 운송비 등으로 2,400억원 가량의 지출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같은 양을 보관할 때 드는 비용이 연간 316억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 원조에 8배 가까운 돈이 든다는 얘기다. 원조 대상국가에 쌀을 수출하고 있는 제3국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금 9만톤 가량을 해외원조용으로 비축, 아시아 일부 국가에 주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이상의 확대는 어렵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4년간 40만톤 가량의 쌀을 보내기도 했던 대북지원도 이날 거론됐지만, 이 역시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하면 당장의 해결책이 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은 2010년 5·24 대북제재조치 이후 완전히 끊긴 상태다.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정부로부터 생계·의료·주거·교육 급여를 받는 모든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상대로 시중 가격의 절반 정도로 복지용 쌀 ‘나라미’를 팔고는 있는데, 할인폭을 높이거나 무료급식소 등에 아예 무상으로 공급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에 쌀을 구입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쌀을 사지 않게 돼 다시 농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정부로서는 고민이다. 술의 원료인 주정 등으로 판매하는 양을 늘리는 것도 거론되는 방안 중 하나지만, 외국산보다 비싼 국내산 쌀의 가격을 생각하면 적절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올해부터 공급을 시작한 사료용 쌀의 규모(9만4,000톤)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지금은 생산한 지 오래돼 식용의 가치가 떨어진 쌀만을 사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수확 전 총채벼(익기 전의 벼) 등으로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쌀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등 농민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가 있는데다, 아직 제대로 된 유통 판로가 구축이 안 됐다는 점이 정부의 고민거리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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