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7일 “조계사를 당분간 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경찰 출두 여부를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그를 면담한 조계종 관계자가 5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나면 조계사를 나가겠다는 한 위원장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날 “노동개악 처리를 둘러싼 국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조계사에 신변을 더 의탁하겠다”는 취지의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 장기화로 당장 조계종과 조계사 신도회, 민주노총과 한 위원장 간 갈등이 증폭돼 경내 충돌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한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력의 조계사 경내투입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물리적 충돌 등 예기치 않은 사태가 전개될 수도 있다. 이는 한 위원장과 민주노총, 조계종,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피해야 한다.
한 위원장이 말한 대로 그의 곤궁한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정부는 노동개혁 5개 법안을 국회로 보내 야당과 노동계를 압박하며 연내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 논의에 참가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11ㆍ14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1999년 합법화 이후 처음으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경찰은 소요죄 적용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도부 공백은 심각한 타격 그 이상일 수 있다고 한 위원장은 판단을 했을 법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정도다. 노동개혁 5개 법안 처리는 야당에 맡기고 민주노총은 법안 통과 저지를 포함, 자신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맞다. 현재 여야 간 현격한 입장 차이로 5개 법안의 연내 국회 통과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내년에는 총선 일정 때문에 법안의 자동폐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 위원장이 노동개혁 중단을 명분 삼아 경찰의 구속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것은 12ㆍ16 총파업과 12ㆍ19 3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조계사에서 원격 지휘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한 위원장이 법 집행을 거부할수록 민주노총을 대하는 국민 눈길은 싸늘해질 뿐이다. 민주노총이 대기업ㆍ정규직 노조원의 기득권만 보호하려 한다는 정부의 공세 강화로 노동개혁 반대 명분이 퇴색하고 민주노총의 입지가 더 축소될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은 더 이상 종교시설에 기대어 현실의 법 집행을 피하려 말고, 보다 대승적 차원의 판단과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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