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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셈법 판치는 예산심의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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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셈법 판치는 예산심의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입력
2017.12.06 01: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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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 원내대표가 법정처리 시한(2일)을 넘겨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이 5일 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자유한국당의 의사진행 방해로 정회와 뒤늦은 찬반토론을 거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한국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반대 당론을 정한 뒤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거세게 항의, 정회 소동을 빚었다. 한국당은 속개된 본회의에 참석해 반대토론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심야까지 거듭된 본회의 진통은 가까스로 합의된 수정안에 제1야당이 반대하고 나선 결과다.

예산안이 처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시한을 넘기긴 했으나 예산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도 아니다. 당초 정부ㆍ여당안에서는 다소 후퇴했지만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아동수당 도입 등 새 정부 핵심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안이 대부분 관철됐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만든 첫 협치 예산”이라고 자평한 것도 국정기조를 지켜냈다는 안도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그러나 여야 합의와 표결 처리라는 형식을 떠나 예산심의 과정 등 실질을 들여다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우선 심의 기간이 너무 짧아 협상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여야 지도부의 비공개 논의에 의존하는 바람에 예결위의 공식절차는 무용지물이 됐다. 시간에 쫓겨 밀실 협상을 벌이다 보니 정치적 주고받기 식의 졸속ㆍ부실 심의가 불가피했다. 실제 여야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앞다퉈 증액하는 등 막판까지 쪽지예산 요청이 쇄도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시한을 넘기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다수당 횡포를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을 스스로 저버린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예산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합의문을 뒤집으며 본회의에 불참한 한국당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 본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표결에 참여하는 게 민주주의 정당의 바른 자세다.

정치권이 국민 혈세로 마련된 소중한 예산을 쌈짓돈처럼 나눠먹는 행태는 근절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정치인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구 예산심의는 반드시 관련 상임위나 예결위 공식 절차를 밟게 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400조원이 넘는 나랏돈 쓰임새의 적정성을 따지는 건 졸속ㆍ부실 심의를 부추긴다. 예산심의 기간을 늘리고 예결위를 상설화하는 등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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