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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주 기자

등록 : 2018.05.03 17:00
수정 : 2018.05.03 21:08

“그동안 미안”… 자살자 92% 경고신호 보내

복지부 289명 심리분석 결과

등록 : 2018.05.03 17:00
수정 : 2018.05.03 21:08

수면ㆍ식사장애 가장 많이 보여

위험 인지 가족은 21%에 불과

“혹시 죽고 싶단 생각하고 있냐”

직접 물으면 의외로 솔직히 답해

자살사망자는 생전에 언행이나 감정 변화를 통해 경고신호를 보낸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 보내지 말고 적극 개입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자식 노릇 못해 죄송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장기간 취업을 못한 A(28ㆍ남)씨의 어머니에게 지난해 가을 짤막한 휴대폰 문자가 날아왔다.그리고 바로 다음날 새벽, A씨는 다리 밑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어려서부터 술에 취해 자신과 어머니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아버지에게 시달려 왔던 A씨는 주로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으며, 최근 들어서는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A씨가 취업문제와 아버지의 폭행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살로까지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보였던 행동, 즉 수면과 식사 상태 변화는 사실 자살사망자가 생전에 보내는 ‘자살 경고 신호’ 중 가장 많이 보이는 행동이다.

3일 보건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해 실시한 자살사망자 289명의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를 확인하고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조사 결과, 자살사망자가 생전에 보인 경고 신호 중 잠을 못 자거나 반대로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등의 ‘수면상태 변화’를 보인 사례가 105명(복수응답)에 달했다. 죄책감, 무기력, 과민 등 ‘감정상태 변화’(107명)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았다.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83명), 신체적 불편함 호소(76명), 과식이나 소식 등 식사상태 변화(75명)도 많이 나타난 경고신호였다. 배우자가 “당신 나 없이 살 수 있어?”라고 묻거나 부모가 “어머니(또는 아버지)를 잘 모셔라”하고 당부하는 것 역시 경고 신호에 해당한다.

이렇게 자살사망자 대부분인 92.0%가 사망 전에 어떤 형태로든 경고 신호를 보내지만, 유가족 중 고인의 사망 전에 이를 인지하는 경우는 21.4%에 불과했다. 이렇게 인지를 한 경우에도 걱정만 할 뿐 자살로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나(36.8%) 대수롭지 않게 생각(21.1%)하는 등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가족들의 올바른 대처는 어떤 것일까.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이 경우 ‘혹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다”며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의외로 솔직하게 대답하며, 위험 징후가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함께 가서 상담 또는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살사망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스트레스 요인(복수응답)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 관련 문제(53.6%) 순이었다.

가족의 자살 이후 유가족 역시 일상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 대부분(80.1%)이 우울감을 느꼈고 27.0%는 심각한 우울증에 해당했으며, 수면문제(36.4%)나 음주문제(33.8%)를 경험하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

복지부는 이 같은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수립해 추진 중인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충실히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 이웃의 자살위험 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교육받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를 100만명까지 양성할 계획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우울증 척도ㆍPHQ9 (자료: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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