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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들 "해산 근거 약해… 통진당 실질적 위험 넓게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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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들 "해산 근거 약해… 통진당 실질적 위험 넓게 해석"

입력
2014.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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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퇴보 부른 비극" "급진정당 탄색 막는 효과보다

다원성 해치는 결과 초래" 비판… "선거 통해 정당 도태 유도" 지적도

19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역사 안에 설치된 TV를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역사 안에 설치된 TV를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학계는 대체로 증거를 엄격하게 따지기 보다 통진당의 실질적 위험성을 넓게 해석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주의의 퇴보를 부른 비극”이라는 한탄 속에 “당연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결정이 급진정당의 탄생을 막는 예방적 효과보다, 힘의 논리로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헌재 결정의 근거가 명백한 진실로 보기 어렵거나 비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1956년 독일 공산당을 해산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독일 공산당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당의 공식적인 목표로 삼아 해산됐지만, 통진당의 경우 강령 어디에도 ‘폭력혁명’이나 ‘체제부정’은 없다”며 “헌재가 통진당 내 일부 자주파(NL) 인사들을 언급하며 북한식 사회주의와 연결한 것은 사법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독일 연방헌재가 공식적인 강령을 근거로 공산당을 해산시킨 것과 달리, 한국 헌재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한 회합에 대해 1,2심의 판단이 엇갈린 상황에서, 최종 판결로 진실 규명도 안 된 그 증거들로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했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헌재가 내세운 근거들은 통진당이 성숙하지 못한 강령과 교조적인 활동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준일 뿐, 해산을 명령할 명백한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법리적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해야 헌법체계가 수호될 것”이라면서도 “통진당의 강령 등 사상을 근거로 헌재가 결정을 내린 것은 (법리적 측면에서)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헌 변호사는 “이석기 사건, 부정경선 사건 등은 당 일부의 일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헌재 결정을 지지했다. 그는 “당 비례대표 1번 국회의원이 내란 선동 등의 논의를 했다는 부분들이 대한민국 기본질서를 위배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선거를 통한 정당의 자연스러운 도태를 이루지 못하고, 강제 해산에 이르게 된데 대한 후폭풍도 우려했다. 정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의 강제해산은 최하급의 정책수단”이라며 “합리적 나라라면 정치 경쟁을 통해 선거로 정당의 도태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악의 경우에 정당을 해산하도록 규정한 것을 (정권이) 헌재를 이용해 힘으로 누른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 역시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위헌 정당 해산제도를 실제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소득 2만달러인 나라에서 정당을 해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를 존중하고 소수를 배려하는 게 민주주의의 요체인데, 헌재의 결정은 다수 권력이 마음에 안 드는 소수 정파를 내친 것”이라며 “헌재가 스스로 헌법정신을 완전히 부정했다”고 강조했다.

최진녕 변호사도 “7일 내에 의원회관 비우라고 했는데 그 사이에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50년대 독일의 공산당 해산 사건 이후 12만5,000여명의 공산당 관련자가 수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6,000~7,000명이 형사처벌을 받아 직장에서 해고됐다. 10만명에 이르는 통진당 당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계에선 정당해산이 급진정당을 막을 근본적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헌재는 2004년 한국공법학회에 연구를 의뢰해 ‘정당해산 심판제도에 관한 연구’라는 결과물을 받았었다. 보고서는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 방법은 이를 부정하는 세력과 공개토론을 통해 정치적으로 투쟁해 이들이 선거에서 패하게 하는 것”이라며 “험하고 귀찮은 길을 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면역력을 강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정당해산 제도를 활용하는 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급진세력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은 기존 체제의 설득력, 통합력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가 대부분”이며 “급진세력을 불법화하는 쉬운 방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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