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로 나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쪽으로 800m쯤 걸어가면 왼쪽에 미술관을 닮은 현대식 2층 건물을 만난다. 과거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이었던 이곳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2월 청와대 앞길 개방에 따라 국민에게 휴식처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효자동 사랑방'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월 지상 2층 지하 1층에 연면적 4,117㎡의 '청와대 사랑채'로 다시 태어났다.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와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종합관광홍보관이다
▦ 녹색성장이 화두였던 재개관 당시 이곳은 태양열과 지열이 전체 열원의 43%를 차지하고 LED조명을 채용한 녹색건물로 화제를 모았다. 하루 3,000여명이 찾는다는 내부 구조는 정권 부침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 한때 하이서울관, 녹색성장관, G20휴게실이 있던 자리와 창조경제ㆍ새마을운동 등의 선전물은 이제 '국민이 주인'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기획전시실 행복누리관 등으로 대체됐고 촛불혁명 코너도 마련됐다. 반면 청와대관에 걸려 있는 역대 대통령 사진은 한국 현대사를 파노라마처럼 대변한다.
▦ 문재인 정부 1년을 맞아 청와대 사랑채에서 9일부터 7월 말까지 청와대 소장 미술품 특별전 '함께, 보다'가 열린다. '청와대 미술품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기획된 행사다. "언론을 통해 스치듯 볼 수밖에 없었던 작품들을 본래 주인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그림은 1966년 국전 출품작부터 2006년 작품까지 청와대가 40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화 4점 서양화 8점 조각 4점 등 16점이다. 옮기기 곤란한 벽화 등 10여점은 영상으로 만나 볼 수 있다.
▦ 그림만 해금되는 것이 아니다. 1968년 이른바 ‘1ㆍ21사태' 이후 청와대 방호를 위해 입산이 통제된 인왕산도 50년 만에 완전 개방된다. 1993년 부분 개방 이후에도 군 시설물로 인해 접근할 수 없었던 330m 구간이 열리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건축가 승효상씨 등과 비공개로 인왕산 탐방로를 둘러본 뒤 군 당국의 의견과 시민 편의를 두루 감안해 완전 개방을 결정했다고 한다. 개방시점은 탐방로 공사가 완료되는 11월. 문재인 정부 1년, 우리 주변의 소소한 장벽과 금기는 이렇게 또 깨지고 있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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