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전격 경질되고 후임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명됐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미국 외교수장의 교체가 북핵 국면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 경질 및 폼페이오 국장 등용설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정가에 파다했던 터라 특별히 새로울 건 없다. 북핵 문제를 포함해 러시아 스캔들, 이란핵 문제,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굵직한 대외 문제에서 틸러슨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 조기 퇴임은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틸러슨과 여러 사안에서 의견이 달랐다”며 불편했던 관계를 숨기지 않았다.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발탁은 함의가 다양하다. 우선 그가 이란 핵 합의, 중동 문제 등에서 매파 시각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힘에 의한 미국 우선주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조가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의 복심’이라는 폼페이오를 등용해 친정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백악관과 국무부 간 혼선에 대한 미국 조야 및 여론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정치적 의미도 있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폼페이오의 대북관이 대북 대화 국면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다. 널리 알려졌듯 폼페이오는 대북 강경론자다. ‘김정은 정권 교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예방적 공격’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된 뒤에는 “어떠한 제재 완화나 양보는 없다”며 대북 유화론에 쐐기를 박았다.
그렇다고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틸러슨 체제 하의 국무부 대북 라인이 유명무실했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아래 달라질 그의 협상력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서훈 국정원장의 카운터파트로서 현재의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북핵 대화가 실패했을 경우 그의 대북정책이 더욱 강력한 군사ㆍ외교 압박으로 급선회할 수 있음은 염두에 둬야 한다.
상원 인준 일정에 비추어 4월 말은 돼야 ‘폼페이오 국무부’가 제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정부는 폼페이오의 등장이 북핵 정국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과도기적 북핵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미 공조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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