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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속의 여론] 민생 부정평가 높아지며 ‘안보 나아졌다’도 둔화

입력
2018.08.25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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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평등민주주의연구센터-한국리서치 공동 ‘대북안보인식 보고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판문점에서 만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본 <여론 속 여론> 6월 지면을 통해 남북안보 의제에서 경제의제로의 전환을 예측한 대로, 사람들의 관심이 안보문제에서 국내 경제 문제로 이전하고 있으며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고 있다(본보 6월 9일자). 한국리서치의 8월 정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10대 국정과제 중 대북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67%, 외교정책에 대한 긍정평가는 65%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주거/부동산, 일자리/고용, 저출산/고령화 등 민생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긍정평가가 30% 초반대로 대북, 외교안보정책 평가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4월 조사결과와 비교해보면, 일자리/고용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가 44%→31%로 13%p하락했고, 주거 및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42%→34%로 8%p 하락하여 가장 큰 낙차를 보였다.

문제는 대북안보 영역에서도 여론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불평등과 민주주의연구센터(CSID: 소장 권혁용, 고려대 정외과)와 한국리서치는 7월 19-21일 실시한 전국 1,000명 웹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대북안보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조짐과 대북인식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한반도 운전자론’ 기대감 위축 

북미간 종전선언과 비핵화 방안을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가 지속되면서 평창올림픽 이후 나타난 안보체감도 개선 효과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하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기대감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최근 안보 상황에 대해 좋다는 의견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조사에서 49%로 정점을 찍은 이후 7월 조사에서 44%, 8월 조사에서 42%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이 점증하고 있다. 대통령이 강조해온 ‘한반도 운전자론’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평가도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하여 북미정상회담 직후에는 67%까지 상승했지만, 지난 7월 조사에서는 55%로 12%p나 감소했다.

 ◆ “교류와 제재 병행” 여론이 과반 

이에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재차 강조하며 과감한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해 현재의 교착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여론은 남북교류에 대한 지지 못지 않게 대북제재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북지원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동의 여부를 물어본 결과 61%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반대로 대북제재의 효과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57%로 과반을 넘는다.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을 개인별로 분류해보면 대북지지와 대북제재를 동시에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층이 50%나 된다. 둘 다 효과가 없다는 냉소적 응답층이 21%로 뒤를 이었다. 반면 대북지원에는 긍정적인데 대북제재에는 부정적인 전통적인 진보여론은 16%였고, 반대로 대북지원은 부정적이고 제재만 긍정적으로 보는 전통적인 보수여론은 13%에 불과하다.

 ◆북한은 ‘협력 파트너-위협대상’ 인식 공존 

대북지원과 제재를 병행해야 한다는 인식은 북한에 대한 양면적인 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협력해야 할 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 77%가 동의하면서도, 반대로 북한이 위협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68%가 동의한다. 역시 개인별로 분류해보면 북한을 협력 대상이면서 동시에 위협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다수(47%)임을 알 수 있다. 위협대상은 아니고 협력대상으로만 보는 응답자가 30%, 협력대상이 아니라 위협대상으로만 보는 응답은 21%, 둘 다 아니라고 보는 시각은 2%에 그쳤다. 이러한 양면적 북한인식이 대북지원과 대북제재라는 상반된 정책 수단을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닌 함께 병행해야 할 수단으로 인식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진보=남북화해=대북지원’, ‘보수=위협억제=대북제재’라는 이분법이 안보여론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악화 우려, 극단적 비관-낙관론 피해야 

이산가족상봉,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철도 연결 등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대북지원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란도 커질 조짐이다. 대북지원이 본격화되면 국가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36%,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7%, 달라질 것이 없다는 응답은 29%였다. 가정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27%,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52%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답했다. 대북지원으로 국가경제나 가정경제에서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보다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높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대북지원 드라이브는 여론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낙관론과 관망하는 입장을 감안하면 보수진영에서 제기하는 극단적인 비관론도 지나친 과장으로 보인다. 다만 이념성향별 인식 차이가 커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비핵화 선순환 가능한가 

최근 정부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양면적 포지셔닝은 본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남북관계 개선과 대북압박을 병행하라는 여론에는 부합한다. 그러나 현실의 딜레마는 커져간다. 당장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는 비핵화를 우선하는 미국과 북한을 불신하는 국내여론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비핵화에 대한 불신이 남북관계 개선을 견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 각종 경제지표의 하락과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경보는 정부의 양면적인 포지셔닝의 균형을 위협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의 선순환 방안이 어떻게 가능할지, 문재인 정부의 대안은 무엇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한울(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

지은주(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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